![김여정.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2/08/ed1302e3-4510-4199-8885-d960f0b40773.jpg)
김여정. [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직계가족, 이른바 백두혈통이 방한하기는 6·25 이후 처음”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을 통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김여정은 최근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김영남 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평가(지난 5일 청와대)하고 있다”며 “김영남과의 만남도 최고위급 회담이 될 수 있는데, 김여정이 온다면 김정은의 메시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김여정의 방한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메시지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북한은 김여정의 파견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김여정을 대표단에 포함시킨 건 일종의 ‘올인’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표단장을 국가수반에게 맡기고 김정은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실세인 김여정을 포함시킨 건 북한으로선 최고 수준의 대표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단 김여정 카드로 성의를 보인 뒤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책임을 우리 쪽에 돌리기 위한 명분 쌓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 명단을 통보한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올림픽 후 대규모 합동훈련을 재개하면 북남관계가 휘청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과 함께 대표단에 포함된 최휘 위원장은 북한 체육의 최고위직이다. 하지만 그가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어서 이를 두고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 “한·미훈련 안 된다” 또 압박
당초 예상됐던 최용해 당 부위원장(조직지도부장 추정)이나 김영철 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겸임)은 북 대표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의전서열 2위인 김영남이 오는데 3위인 최용해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김영철은 통전부장이지만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 있다는 국내 여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대남 공작 부서인 총정찰국장으로 있던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날 통보한 대표단 인원은 지난 4일 북한이 김영남 위원장을 단장으로 정했다고 통보하면서 22명의 대표단을 꾸리겠다던 데에서 한 명 늘어났다. 정부는 북측의 통보를 수용하고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은 또 이택건·김성혜 등 16명의 보장성원과 3명의 기자가 동행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택건과 김성혜는 남북대화 등에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참사 자격으로 참석했던 인물이다.
통일부는 지금까지 김여정을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파악해 왔다. 그러나 그가 부부장보다 한 단계 높은 제1부부장으로 확인됐다. 다만 그의 소속이 조직지도부인지, 선전선동부인지는 북한이 밝히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겨울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서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여정은 북한의 공산독재, 세습정권의 상징일 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3대 세습 왕조에까지 정통성과 정당성을 실어주고자 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