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된 한국 여성, 철통 보안 속 파리 도착···"아픈 데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 뒷모습) 등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이 납치됐다 구출된 이들을 파리 근교 군 공항 활주로에 맞이하고 있다. 가운데 안경을 쓰고 황토색 경량 패딩을 입은 여성이 구출된 한국인이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 뒷모습) 등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이 납치됐다 구출된 이들을 파리 근교 군 공항 활주로에 맞이하고 있다. 가운데 안경을 쓰고 황토색 경량 패딩을 입은 여성이 구출된 한국인이다. [AP=연합뉴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28일 동안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된 한국 여성이 함께 구출된 프랑스인 2명과 프랑스 정부 전용기편으로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도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한국인 여성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말했다고 공항에 나간 최종문 주프랑스 대사가 전했다.

 11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한국인 여성 등을 태운 전용기가 도착했다. 이 비행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전용기가 주 공항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프랑스 측은 이 비행장 주변 도로에 무장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프랑스 군이 구출한 한국 여성 등이 도착한 파리 근교 군 공항 주변을 무장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프랑스 군이 구출한 한국 여성 등이 도착한 파리 근교 군 공항 주변을 무장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약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 프랑수아 르쿠앵트르 합참의장 등과 함께 활주로에 서서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이들을 맞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구출된 이들과 악수를 했고, 한국 여성에게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가 여기 마중을 나왔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정부는 구출된 이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구출 작전에서 희생된 군인 두 명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차원에서 소수 언론을 제외하고 공항 외곽에서만 취재하도록 했다.

 활주로까지 접근이 허용된 언론들이 생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한국 여성을 비롯해 구출된 이들은 안정된 표정이었으며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쓴 한국 여성은 부르키나파사에서는 검은색 티셔츠 차림이었으나, 이날은 겉옷으로 경량패딩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귀빈실로 이동했고, 프랑스인들은 가족들을 만났다. 한국 여성도 가족과 통화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에 의해 무장세력으로부터 구출된 인질들. 왼쪽부터 프랑스인 파트리크 피크, 신원미상의 한국인 여성, 프랑스인 로랑 라시무일라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에 의해 무장세력으로부터 구출된 인질들. 왼쪽부터 프랑스인 파트리크 피크, 신원미상의 한국인 여성, 프랑스인 로랑 라시무일라스. [AFP=연합뉴스]

 
 한국 여성을 만난 최 대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건강을 물었더니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고 했고, 겉으로 보기에도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은 28일 동안 억류돼 있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최 대사도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거나 하는 인상은 못 받았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억류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가족과도 연락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구출됐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최 대사는 “피랍자를 구출해 준데 대한 문 대통령의 사의를 전했다"며 “군인 2명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애도의 뜻과 테러와의 싸움에서 양국이 공조하자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로의 뜻을 보내줘 감사하고 프랑스와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최 대사는 설명했다.

군 공항에 도착한 구출자들을 마중하러 가는 마크롱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등 프랑스 관계자들. 최종문 주프랑스 한국대사(오른쪽)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뜻을 전했다. [AP=연합뉴스]

군 공항에 도착한 구출자들을 마중하러 가는 마크롱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등 프랑스 관계자들. 최종문 주프랑스 한국대사(오른쪽)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뜻을 전했다. [AP=연합뉴스]

 한국 여성은 군 병원에서 12일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번갈아 곁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의 귀국 시기와 관련해 최 대사는 “프랑스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의사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본인의 의사를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파리에서 기력을 더 회복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할 수 있어서 그 뜻에 따라 조처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함께 구출된 미국 여성은 파리로 오지 않았다. 미국은 부르키나파소에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해당 여성을 돌보면서 미국으로 데려가는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여성은 장기간 여행을 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여성과 같은 날 인질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여성이 여행하면서 미국 여성과 만나 함께 납치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왼쪽)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왼쪽)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구출된 이들을 만난 뒤 회견에서 “프랑스 외무부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여행 지침을 완전히 존중해야 한다"며 “여행금지나 위험 지역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용이므로 이번 사례를 통해 국민뿐 아니라 여행사도 외무부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구출돼 다행이지만 위험 지역을 찾을 경우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구출 작전이 필요하고, 자국 군인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