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한국인 여성 등을 태운 전용기가 도착했다. 이 비행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전용기가 주 공항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프랑스 측은 이 비행장 주변 도로에 무장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프랑스 정부는 구출된 이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구출 작전에서 희생된 군인 두 명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차원에서 소수 언론을 제외하고 공항 외곽에서만 취재하도록 했다.
활주로까지 접근이 허용된 언론들이 생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한국 여성을 비롯해 구출된 이들은 안정된 표정이었으며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쓴 한국 여성은 부르키나파사에서는 검은색 티셔츠 차림이었으나, 이날은 겉옷으로 경량패딩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귀빈실로 이동했고, 프랑스인들은 가족들을 만났다. 한국 여성도 가족과 통화했다고 한다.
한국 여성을 만난 최 대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건강을 물었더니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고 했고, 겉으로 보기에도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은 28일 동안 억류돼 있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최 대사도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거나 하는 인상은 못 받았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억류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가족과도 연락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구출됐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최 대사는 “피랍자를 구출해 준데 대한 문 대통령의 사의를 전했다"며 “군인 2명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애도의 뜻과 테러와의 싸움에서 양국이 공조하자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로의 뜻을 보내줘 감사하고 프랑스와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최 대사는 설명했다.
함께 구출된 미국 여성은 파리로 오지 않았다. 미국은 부르키나파소에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해당 여성을 돌보면서 미국으로 데려가는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여성은 장기간 여행을 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여성과 같은 날 인질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여성이 여행하면서 미국 여성과 만나 함께 납치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구출된 이들을 만난 뒤 회견에서 “프랑스 외무부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여행 지침을 완전히 존중해야 한다"며 “여행금지나 위험 지역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용이므로 이번 사례를 통해 국민뿐 아니라 여행사도 외무부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구출돼 다행이지만 위험 지역을 찾을 경우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구출 작전이 필요하고, 자국 군인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