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징어 요즘은 '없징어'…식당서 오징어채도 실종, 무슨 일

설을 앞둔 지난 22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 칠암마을 생선건조장에서 어민들이 제수용 오징어 등을 해풍에 건조하느라 분주하다. 송봉근 기자

설을 앞둔 지난 22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 칠암마을 생선건조장에서 어민들이 제수용 오징어 등을 해풍에 건조하느라 분주하다. 송봉근 기자

“가족들이 오징어 튀김을 좋아하는데, 딱 차례상 올릴 만큼밖에 못 하겠네요.” 부산에 사는 주부 강모(52)씨는 “카드사 제휴 20% 등 할인을 최대한 받아도 중간 크기 생물 오징어 2마리가 2만원이다. 다른 제수도 오르지 않은 게 없어, 많이 장만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협 “金징어 계속된다” 전망

어획량 감소에 따라 ‘금(金)징어’ ‘없징어’ 등으로 불리는 오징어 몸값은 올해도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5 수산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냉동 오징어 1㎏ 소비자 가격은 1만7850원~2만733원 범위에서 형성돼, 평균 1만9878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가격(1만8874원) 대비 5.3% 오른 것이며, 2015년(6865원)과 비교하면 2.9배 뛸 거란 게 수산경제연구원 전망이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이 보고서에서 원인으로 지목된 건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 감소’다. 기후 변화로 연근해 수온이 오르면서 한대성 어종인 오징어(서식 적정 수온 15~20도)가 어장을 떠나고 있단 의미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과학조사선 관측 결과 지난해 우리 바다의 연평균 수온은 18.74도로 기록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023년(18.09도)에 이어 연평균 수온이 큰 폭으로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역별로는 동해 18.84도, 서해 17.12도를 기록했고, 남해는 20.26도로 20도를 넘겼다. 어업생산동향조사를 보면 1994년 20만톤에 육박하던 살오징어 어획량은 2023년엔 2만3343톤으로 곤두박질쳤다. 보고서는 “2023년 러시아 어장에서의 오징어 입어가 재개됐지만 어황이 나쁘다”며 공급이 수요를 당해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어가 소득 위협, 식당 ‘오징어채’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밥상머리 물가는 위협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오징어는 물론 ‘오징어채’도 정부가 관리하는 458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 포함된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오징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3.57, 오징어채는 120.79를 기록하며 평균(117.89)을 웃돌았다. 이는 2020년 오징어ㆍ오징어채의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환산한 수치다.

 
가격 부담에 부산 동구 범일동 일대에 몰린 기사식당에선 이미 몇 년 전 오징어채 반찬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오징어 어획 부진 영향 탓에 전체 어업수익 또한 적자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원양 반입 늘리고 비축량 푼다”  

치솟는 오징어 가격을 방어하려 정부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원양 오징어의 국내 수급을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부산 감천항 등을 통해 포클랜드 등에서 들여온  원양 오징어 7만268톤을 국내 시장에 풀었다. 2023년(3만7367톤)보다 유입량을 88% 늘렸다. 이에 연중 소비자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단 게 해수부 자체 분석이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선별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선별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설 명절 대책으로 지난 2일부터 정부 비축물량 900톤을 시중에 방출하고 있으며, 유통업체 45곳과 협력해 ‘대한민국 수산대전’ 등 최대 50%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휴 기간 전통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을 사면 금액에 따라 1만~2만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행사를 병행했다”며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따른 장기적인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