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의 내부. 통영국제음악재단
백건우는 쇼팽 녹턴 음반을, 김대진은 제자 문지영과 함께 음반을 녹음했다. 영국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는 2016년 초청받아 연주한 후, 공연장의 소리를 듣고 음반 녹음까지 한 경우다. 최근에는 첼리스트 이정란이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을 모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음반 녹음을 해 발매했다.
공연장인 통영국제음악당이 녹음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1309석을 갖춘 공연장이다. 매년 3월 말 통영국제음악제 공연이 열리고 봄ㆍ가을에도 국내외 연주자가 무대에 서고 있다. 올해 음악제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모두 취소됐다.
이 공연장은 처음 지었을 때부터 음향 수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해 9월 여기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피아노 협연한 후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홀”이라고 말했다. “201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처음 연주해보고 소리가 좋아서 깜짝 놀랐는데, 그 뒤로 몇백 개의 홀에서 연주한 뒤 다시 와서 해봐도 좋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내 피아노 소리가 잘 들린다. 객석에서 듣기 좋아도 무대에서는 잘 안 들리는 홀도 많은데 통영은 균형이 좋다.” 지휘자 성시연도 2017년 공연한 후 호평했다. “지휘대에서 들을 때 각 악기 소리가 전해지는 시차, 객석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소리의 시차가 적당해 지휘자가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홀”이라는 것이다.
청중이 있는 상태에서 연주할 때 좋은 소리가 나는 것과 청중 없이 음반 녹음을 할 때 음향이 좋은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연주자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최진 녹음 감독은 “공연과 녹음에서 큰 차이가 없는 홀”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통영에서 음반을 녹음한 이정란은 “일부러 현을 많이 눌러 연주하지 않아도 세밀한 소리가 마이크에 잡혀서 자연스럽고 편하게 녹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외부. 중앙포토
통영국제음악당의 설계를 담당한 간삼건축 홍석기 소장은 “소리를 빛으로 보고 관객석에 빛이 고루 퍼지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했다”며 “공연장 내부 양 측면에서 소리를 몰아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또 “특히 다른 공연장에 비해 흡음을 극히 절제한 것이 특징”이라며 “소리를 관객들에게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인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 빈 무지크 페어라인, 루체른 KKL 등을 참고했으며 최종적 음향 지표인 잔향 시간, 명료도 등을 이 공연장들에 맞췄다. 설계에만 1년 반이 걸렸다. 홍 소장은 2022년 서울 마곡에 문을 여는 LG아트센터의 설계도 맡아 진행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2018년 추석 연휴에 일주일간 통영에 머물며 쇼팽의 녹턴 21곡을 모두 녹음했다. 늘 유럽에서만 녹음했던 백건우의 첫 한국 녹음이었다. 백건우는 “이제 한국에도 녹음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참 기뻤다”고 했다. 최 감독은 “주로 유럽에서 녹음하던 연주자들의 통영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피아니스트 이진상 등도 통영에서 음반 녹음이 예정돼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