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아들을 차례로 떠나보내고 의지할 곳이 없던 차에 아들의 장례를 살뜰히 치러준 이웃에 남은 생을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 노인은 샤오를 '의정(意定)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300만 위안(5억원)에 달하는 부동산도 증여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노인이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인 과일가게 주인에게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하며 의정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CCTV 프로그램에 등장한 노인과 후견인. [CCTV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4/29601949-3817-4675-bc58-4114ab6f47dc.jpg)
중국 상하이의 한 노인이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인 과일가게 주인에게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하며 의정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CCTV 프로그램에 등장한 노인과 후견인. [CCTV 캡처]
2017년 도입된 이 제도는 독거노인이거나 자녀가 없는 노부부들이 주로 이용한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잘 돌봐주고 마지막까지 지켜줄 사람을 자기 뜻(意)에 따라 지정(定)해 대리인 역할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의정' 후견인이라고 불린다. 신징바오에 따르면 의정 후견인이 법원이 정하는 법정 후견인보다 우선시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중국 노인 왕 모(77) 역시 의정 후견인을 지정했다. 그는 부인과 이혼 뒤 하나뿐인 아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후 재혼한 부인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조카딸 천(오른쪽)을 의정후견인으로 지정한 왕 모(왼쪽) [CCTV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4/08cee637-51f4-48ff-a796-460522752ecb.jpg)
조카딸 천(오른쪽)을 의정후견인으로 지정한 왕 모(왼쪽) [CCTV 캡처]
의정 후견인이 되는 데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공증인 리천양. [CCTV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4/24258e5d-a44e-4800-b240-2f35997f1362.jpg)
공증인 리천양. [CCTV 캡처]
공증인으로 근무하는 리천양(李辰陽)은 "공증인들은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 직원처럼 ‘불시검문’을 진행하기도 한다"면서 "노인이나 후견인에게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고 이들이 거주하는 곳을 방문해 노인의 상태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례에서 언급한 마 노인의 경우 샤오를 의정 후견인으로 지정한 뒤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생겼다. 샤오는 마를 즉시 병원으로 옮기고 돌봤다. 이후 마는 샤오의 가족들까지 자기 집으로 와서 같이 살 것을 권해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이뤘다고 한다.
올해 중국 노령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억5000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