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주말 내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검증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지난 10일엔 윤 전 총장 측이 MBC 취재진을 강요죄·공무원자격사칭죄로 고발하면서 MBC와 맞붙었다. MBC 기자·PD는 김씨 논문 지도교수를 찾기 위해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이라고 속이고 취재하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 등에게 지난 7일 발각됐다.

지난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대검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낭독하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뉴시스
소식을 접한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시민을 속여 심문한 뒤 정보까지 얻어낸 중대 범죄”라며 “불법 취재까지 동원한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났다. 현장 기자들의 단독 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도 과거 채널A 등 다른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불법 취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즉각 진상규명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윤 전 총장 측이 이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데는 검찰총장 시절 겪은 ‘채널A 사건’과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당시 총장을 직무배제했다. 여러 사유 중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대한 감찰·수사에 윤 전 총장이 미온적이었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그런 일을 겪었던 윤 전 총장 측이 그 문제를 거론하며 MBC 취재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MBC는 공식 사과를 하며 해당 취재진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다만, 논란이 커지자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편향성과 무관한 언론사의 당연한 취재 과정이다.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 이번 취재 자체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7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이재명(오른쪽부터), 정세균, 이낙연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번 사건의 불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으로도 튀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1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부인의 결혼 전 문제나 이런 것까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가급적이면 검증은 후보자 본인의 문제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씨가 과거 ‘쥴리’라는 이름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거나 “(결혼 전) 박사 학위 논문을 쓰며 표절을 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된 상태인데, 이러한 부인 검증은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었다.
그러자 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반박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과 가족은 국가의 얼굴이다. 가족의 사생활은 보호해드려야 하는 것이 옳지만, 위법 여부에는 엄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를 거론하면서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증은 정권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직결된 문제”라며 “이재명 지사의 ‘가급적 검증은 후보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말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을 탈탈 털어내던 윤석열씨의 부인과 장모의 비리를 덮고 가자는 말씀은 아니시겠지요”라고 적었다.
이 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예비 경선 통과 뒤 취재진과 만나 “후보 가족도 독립된 인격체인데, 후보 관련된 것이라면 아주 철저하게 엄중하게 검증하는 게 맞겠지만 결혼 전 일을 결혼 후 남편이 책임지게 하면 그건 좀 심하지 않느냐”며 “만약에 결혼 전 일들이 결혼 후까지 이어져서 본인이 책임질 만한 상황들이 있었다면 그 점은 철저하게 검증해야 겠다”고 말했다.
◇경실련 만난 윤석열= 윤석열 전 총장은 11일 서울 광화문 캠프 사무실에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을 만나 부동산 정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25세 사회 초년생이 서울에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평균 2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고,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시장과 싸우는 정책뿐이다. 집값 잡기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윤 전 총장 대변인실이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에는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