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이미지 그래픽
이씨는 “다른 사람을 심판하고 죽일 권리가 있다”, “100~200명은 죽여야 한다”, “한 번의 무례함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며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극단적인 적개심으로 칼을 구입해 샌드백을 공격하는 연습을 했던 흉악범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23)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11일 인제군의 한 등산로 입구에서 한모(56)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는 일행 2명과 함께 등산하고자 이곳을 찾았으나 산에 올라가지 않고 등산로 입구에 세워둔 승용차에 남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씨는‘연쇄살인’을 꾀했다가 폐쇄회로(CC)TV 등으로 인해 들키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단기간에 여러 명을 살해하는 ‘연속살인’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한 번의 거만함이나 무례함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며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으로 불린 ‘장대호 사건’을 획기적인 표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장대호는 2019년 모텔에 들어온 피해자가 “숙박비가 얼마냐”라고 반말을 한 것에 화가 나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
이씨는 살인계획과 방법을 일기장에 상세히 기록하고, 살인 도구로 쓸 총기를 사고자 수렵면허 시험공부를 하고, 샌드백을 대상으로 공격 연습을 하는 등 살인 행위에 집착을 보였다.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은 지난해 11월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일기장에 쓴 ‘나는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고 다 죽여버릴 권리가 있다’, ‘닥치는 대로 죽이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100명 내지 200명은 죽여야 한다’ 등 내용을 언급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미리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만 49회 찌르고, 피해자가 범행 이유를 물으며 저항했음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참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살인했는데 흥분이나 재미, 죄책감이 안 느껴져’, ‘내가 왜 이딴 걸 위해 지금까지 시간을 낭비했는지 원’이라는 등 내용을 일기장에 적으며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 점에 재판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씨는 2심에서 뒤늦게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했다.
2심 판결 후 이씨는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고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