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007 음악에 맞춰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친 김연아
4일 베이징 수도 체육관 스케이팅 훈련장에선 차준환과 이시형(20·고려대)이 첫 훈련을 했다. 차준환의 코치인 오서도 지켜봤다. 오서 코치는 6년 전부터 차준환을 지도하면서 세계적인 스케이터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차준환의 연습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을 통과한 오서 코치는 한국 취재진에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늘 첫번째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점 익숙해지고 감각을 찾아야 한다. (프리 스케이팅 경기까지)6일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순간 링크에선 낯익은 음악이 들렸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으로 사용했던 영화 007의 OST였다. 오서 코치는 잠시 멈춘 뒤 "이건 연아의 음악(This is Yuna's music)"이라며 빙긋이 미소지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김연아에게 007 메들리를 추천했고, 마지막엔 총을 쏘는 등작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줬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지난 2년간 차준환은 코로나19로 오서 코치가 머무는 미국에서 함께 훈련하지 못했다. 국제대회에 나갈 때나 1년에 서너번 만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오서 코치는 "6년간 함께 했기 때문에 떨어진 시간이 힘들었다. 가끔 통화를 했고,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익힌 걸 확인했다. 스스로 필요한 걸 해냈다"며 "많은 게 성장했지만 스케이팅 기술이 강해지고 단단해진 게 좋다"고 말했다.

차준환과 훈련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서 코치. 베이징=김경록 기자
냉정하게 차준환의 순위는 탑 10 정도다. 하지만 4회전 점프를 모두 성공시키고, 다른 선수들의 실수가 나온다면 메달권 가까이도 갈 수 있다. 오서 코치는 "메달 획득도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현실적으로 바라봤을 때는 6위권 정도의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오서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하뉴도 지도하지만 일본이 아닌 한국 지도자로 등록했다. 그는 "하뉴에겐 많은 지도자가 있다". 대한빙상연맹과는 지난 6년 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김연아, 차준환 등 계속 좋은 선수들과 인연을 맺어왔고 내게는 가족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