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터치'도 가능… 중국 홈 텃세 넘어야 산다

6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6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예상대로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는 강력했다.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 쇼트트랙에도 판정 경계령이 내려졌다.

중국은 5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과 관련해 판정 논란이 일었다. 준결승전에서 있었던 '블루투스 터치' 때문이다.

중국은 헝가리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승에선 상위 2개 팀이 결승에 오른다. 중국은 B파이널(5~8위 결정전)로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심판진이 10여분간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다. 그리고 미국과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기 실격됐다. 중국은 헝가리에 이어 2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중국은 이어 열린 결승에서 헝가리와 캐나다가 엉켜 넘어진 덕분에 손쉽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중국은 피니시 라인까지 13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렸다. 교대를 준비하는 런쯔웨이를 장위팅이 밀어주려고 할 때 ROC 선수가 끼어들었다. 쇼트트랙에선 꼭 엉덩이가 아니더라도 신체 일부가 닿으면 교대로 인정한다. 하지만 장위팅은 런쯔웨이의 신체를 접촉하지 못했고, 런쯔웨이는 그대로 레이스를 이어갔다.

5일 혼성 계주 예선 경기에서 교대하는 중국(왼쪽부터), 이탈리아, 한국, 폴란드 선수들. [AP=연합뉴스]

5일 혼성 계주 예선 경기에서 교대하는 중국(왼쪽부터), 이탈리아, 한국, 폴란드 선수들. [AP=연합뉴스]

 
중국의 터치를 방해한 ROC가 페널티를 받은 것은 명확했다. 미국은 라이언 피비리토가 코스 기준선인 블루 라인을 넘어 안쪽에서 블로킹을 한 것이 인정됐다. 두 나라 모두 실격이 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중국은 교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실격되지 않았다.


한국 쇼트트랙 맏형인 곽윤기(33·고양시청)는 6일 공식 연습을 마친 뒤 이 부분에 대해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경기를 봤다. (중국, ROC, 미국까지)3개 팀이 실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뒤에서 보던 네덜란드 선수들도 같은 말을 했다. 비디오 판독이 길어지면서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곽윤기는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혼성 계주는 여자-여자-남자-남자-여자-여자-남자-남자 순으로 달려야 한다. 같은 성별 안에서는 순서를 바꿀 수 있다. 한 선수당 거리(500m)는 고정적이다. 처음에는 2바퀴 반(277.8m), 두 번째는 2바퀴(222.2m)를 돈다. 단, 다른 팀 선수 때문에 교대하지 못하면, 예외적으로 반 바퀴를 더 돌고 터치할 수 있다. 원칙대로라면 반 바퀴를 더 돈 뒤 교대를 했어야 한다. 김선태 중국 감독은 경기 뒤 "판정은 심판이 해야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곽윤기는 "한국 대표팀과는 관계없는 판정이었지만, 우리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너무나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18 평창올림픽 계주 경기에서 한국의 선수 교대를 방해한 판커신(왼쪽). 결국 실격 판정을 받았다. [뉴스1]

2018 평창올림픽 계주 경기에서 한국의 선수 교대를 방해한 판커신(왼쪽). 결국 실격 판정을 받았다. [뉴스1]

중국이 판정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은 개막 전부터 나왔다. 곽윤기는 "선수들이 중국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한다. 중국의 홈 텃세는 지난해 10월 1차 월드컵 때 이미 경험했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판정에 대해서는 예민하다"고 전했다.

중국 선수들은 공격적인 레이스를 선호한다. 특히 여자 간판 판커신과 취춘위는 여러 차례 한국 선수들에게 교묘한 반칙을 펼쳐 악명이 높다. 홈 어드밴티지로 관대한 판정을 받는다면 피해가 한국 선수들에게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해법은 상대가 부딪혀 올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사소하게 옷깃만 스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자칫 실격을 허용할 수 있다. 앞서 달리는 레이스가 필요한데, 스피드와 체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민정은 "특정 국가가 아닌 경쟁 상대를 신경 쓰고, 내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준비하겠다. 다른 선수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레이스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