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본 세상](22) "고위층 소인 모리배를 몰아내라!"

'거센 여자는 들이지 마라!'

지난 칼럼 '천풍구(天風垢)' 괘에서 다룬 얘기다. '거센 여자'는 소인(小人)을 상징한다. 사기꾼, 모리배 등 악인(惡人)들이 조직에 첫발을 들여놓는 형상이었다. 이제 막 싹튼 삿된 기운(邪氣)이 건전한(善) 풍조를 오염시키는 경우다.

그런데 이 소인, 이번에는 지도층에 올랐다. 악의 세력이 사회 핵심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는 얘기다. 그들은 떵떵거리며 힘을 과시한다. 어떡해야 할까?

주역 43괘 '택천쾌(澤天夬)'는 그런 상황을 다루고 있다. 연못을 뜻하는 태(兌, ☱)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 ☰)이 아래에 있다. 전체 괘 형상은 이렇다.




6개 효(爻)중 5개가 양(ㅡ)이고, 한 개가 음(--)이다. 그런데 음이 가장 위에, 양은 그 아래에 눌려 있다. 44괘 '천풍구(天風垢)'와는 반대다. '姤(구)'괘는 음효가 가장 아래에 있었다(䷫). 

'천풍구'의 음기(陰氣)는 군자에 눌려 아직 미약지만, '택천쾌' 음기는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며 양기(陽氣)를 억누르고 있다. 소인이 떵떵거리며 군자를 짓밟고 있는 형상, 그게 바로 '택천쾌'다.

괘명 '夬(쾌)'는 '나눠 결단한다(夬, 分決也)'라는 뜻이다(설문해자, '說文解字'). 무엇인가를 구별해서 과감히 잘라내고, 처단한다는 의미다.  

주역 '택천쾌(澤天?)' 괘는 연못을 뜻하는 태(兌, ?)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 ?)이 아래에 있다. /바이두

주역 '택천쾌(澤天?)' 괘는 연못을 뜻하는 태(兌, ?)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 ?)이 아래에 있다. /바이두

무엇을 처단한다는 것일까?  

음의 세력이다. '택천쾌' 괘는 아래 5개 양효(군자)가 똘똘 뭉쳐 위 음효(소인)를 몰아내는 걸 묘사하고 있다.

조국, 개인이 미워서였겠는가. 그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요, 존경받은 대학교수였다. 한때 민주를 외쳤고, 정의를 위해 싸웠다. 그런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부 장관에 올라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게 문제였다. 특권의식을 비판했던 그가 권력의 자리에 오르자 스스로가 특권의식에 젖었고, 그토록 비난했던 권력 비리를 스스로 감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내로남불!

우리 사회가 분노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조국'은 그 상징일 뿐이다.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그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의 생각이다. 또 다른 측 사람들은 '조국 무죄'를 외친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행패라며 조국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그가 법정에 출두할 때면 여지없이 '조국 힘내라'고 외치는 응원부대가 진을 친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헷갈린다. 조국 사태는 과연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다시 주역 '택천쾌'의 세계로 돌아가 답을 찾아보자. 괘사(卦辭)는 이렇게 시작된다.

'揚于王庭, 孚號有厲'

'왕의 정원에 올라 성심으로 위험을 호소하라'

왕의 정원(王庭)은 공적 장소다. 그곳에서 소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왜 그가 위험한 인물인지를 공개적으로 낱낱이 백성에게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조건이 있다. '반드시 성심으로 외쳐야 한다(孚號)'라는 것이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척결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납득이 되고 정당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왕의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법정(法庭)이다. 법정은 재판을 통해 소인의 죄상을 공개하고 심사한다. 기소와 변론을 통해 토론하고, 진실을 가린다. 민주적 절차가 3000년 전 '성심(孚)'을 대체했으니, 바로 재판이다. 법정의 결론은 그렇게 정당성을 확보한다. 최근 끝난 '정경심 재판', 진행 중인 '조국 재판'이 바로 그 작업이다.

'왕의 정원(王庭)'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법정(法庭)이다. 민주적 절가가 3000년 전 '성심(孚)'을 대체한 게 바로 재판이다./ 바이두

'왕의 정원(王庭)'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법정(法庭)이다. 민주적 절가가 3000년 전 '성심(孚)'을 대체한 게 바로 재판이다./ 바이두

'소인 척결'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공자(孔子)는 이 한마디로 답한다.

'夬而和'

'척결하라, 그리하여 화합을 끌어내라'

소인을 벌하는 목적은 단순히 그를 제거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그가 일으킨 악(惡)의 기운, 삿된 기세를 몰아내 밝고 조화로운(和) 세상을 만드는 게 최종 목적이다.

법원은 정경심 교수를 유죄로 보고 실형으로 단죄했다. 그가 미워서였겠는가. '특권에 기댄 불공정 스펙 위조', '내로남불'에 벌을 준 것이다. 공자의 눈으로 볼 때 이는 조화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택천쾌' 괘는 소인 척결 과정에서 생겨날 극단적 분열을 경계했다.  

'告自邑 不利卽戎'

'성읍 백성들의 마음으로 고하라. 무력은 이롭지 않다.'

성읍 백성의 마음은 여론이다. 일반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소인을 몰아내야지 무력을 쓰면 안 된다는 얘기다. 소인은 이미 지도층에 올라 힘을 갖고 있다. 무력은 반발을 가져오고, 또 다른 무력을 낳을 뿐이다. 그러니 무력이 아닌 여론으로 소인을 척결해야 한다.  

여론에 힘을 얻은 지식인(군자)들이 움직인다.

'壯于頄 夬夬獨行 無咎'

'광대뼈에 힘이 들어갔다. 과감하게 혼자 떨치고 일어나도 허물이 없다.'

군자가 소인의 죄상을 보고 분기탱천했다. '얼굴 광대뼈에 힘이 들어갔다'는 건 이를 뜻한다. 소인의 반격을 받을 수도 있다. 자칫 자기가 화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과감히 혼자 일어선다. 주역은 그래도 허물이 없다고 말한다. '소인 척결'이라는 여론, 대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인 세력은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있다. 비호하는 세력도 있다. 아무리 뽑아내도 잘 뽑히지 않는다. 방심하면 곁뿌리를 또 친다. 그래도 반드시 잘라내야 할 존재가 바로 소인이다.

'苋陸夬夬 中行無咎'

'자리공 뿌리를 과감히 잘라내라. 중도만 지키면 허물이 없다.'

현육(苋陸)이라는 식물은 우리말로 자리공이다. 필자도 처음 알았다. 그 뿌리가 거세기로 유명하단다. 아무리 뽑아내도 곁뿌리에서 다시 자란다. 소인의 뿌리 뽑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리공의 세력을 뿌리 뽑듯 '내로남불' 세력을 근절해야 한다. 사정없이 쳐내고 뽑아내야 한다. 그래야 밝고 조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군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물론 객관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법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래야 허물이 없다.

소인 세력은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있다. 비호하는 세력도 있다. 그래도 반드시 잘라내야 할 존재가 바로 소인이라고 '택천쾌'는 말한다./ 바이두

소인 세력은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있다. 비호하는 세력도 있다. 그래도 반드시 잘라내야 할 존재가 바로 소인이라고 '택천쾌'는 말한다./ 바이두

'택천쾌' 괘의 마지막 효사는 이렇게 끝난다.

'無號 終有凶'

'호소할 곳이 없으니, 결국 흉하다.'

소인의 말로를 표현한 말이다. 모든 사람이 똘똘 뭉쳐 악의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달려드니 호소할 곳이 없다. 한 사람을 여러 번 속일 수는 있다. 여러 사람을 한 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을 여러 번 속일 수는 없다. 소인의 거짓말, 사기 행각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흉한 결말을 보고 말 뿐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한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