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판정 어떻게 이뤄지길래… 편파 가능한가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인코스로 파고들어.런쯔웨이(54번) 리원룽을 제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대헌은 패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김경록 기자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인코스로 파고들어.런쯔웨이(54번) 리원룽을 제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대헌은 패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김경록 기자

"명백한 오심이다. 한 번이 아니라 반복된다면 의도적인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쇼트트랙 판정 논란에 대해 심판진의 실수를 주장했다. 현재 시스템에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황대헌(23·강원도청)은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추월 과정에서 페널티를 받았다. 이어 열린 2조 경기에 나선 이준서(22·한국체대)도 실격을 피하지 못했다. 류 샤오린 산도르(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번에도 추월 과정에서 반칙이 선언됐다.

황대헌은 네 바퀴를 남기고 두 명의 중국 선수 안쪽을 파고들어 단숨에 앞질렀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인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은 "직선 코스에서 지속해서 중국 선수가 추월을 방해했다. 황대헌이 히든 카드로 바깥에서 흔든 뒤,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전을 펼쳤다. 코너 입구에서 공간이 있었고, 무리 없이 들어가 맨앞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쇼트트랙 판정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는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연합뉴스]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쇼트트랙 판정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는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연합뉴스]

최 단장은 "황대헌이 안쪽 코너로 붙으니 두 번째로 달리던 중국 선수(리원중)가 막으려다 앞 선수(런쯔웨이)과 부딪혔고, 손을 드는 제스처를 했다. 심판진은 이걸 보고 황대헌과 부딪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황대헌은 직선주로에서 늦은 추월을 시도한 걸 지적당했다. 규칙 297항에 따르면 추월은 언제든 가능하다. 다만 선행 선수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어떠한 장애나 충돌의 책임은 추월하는 후행 주자에게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최 단장은 "뒤에서 레인을 바꿔 추월을 시도한 건 맞다. 그러나 다른 선수와 충돌이 없다면 반칙이 아니다. 황대헌은 중국 선수와 부딪히지 않았기 때문에 오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곡선 주로(쇼트트랙에선 두 번째 블록 이후를 곡선으로 본다)로 진입한 뒤 안쪽으로 급격히 막으려한 중국 선수들이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샤오앙(오른쪽)과 부딪히는 이준서(왼쪽). [연합뉴스]

류 샤오앙(오른쪽)과 부딪히는 이준서(왼쪽). [연합뉴스]

이준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 단장은 "정상적으로 인코스로 추월했다. 오히려 뒤에 있던 류 샤오앙(헝가리)와 우다징(중국)이 부딪혔다. 영상을 보면 우다징의 손이 류 샤오앙의 엉덩이에 닿았고, 헝가리 선수가 중심이 흔들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이준서와 충돌이 생겼다. 오히려 두 선수가 실격을 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판정 수혜자는 모두 중국 선수였다. 중국 선수들은 예선부터 줄곧 판정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중국 선수보다 먼저 들어온 선수들이 연달아 실격됐고, 중국 선수들은 구제를 받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5일 열린 혼성 계주 역시 교대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편파 판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올림픽 심판진은 13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인으로는 권복희 강원도빙상연맹회장이 유일하다. 권 심판은 조편성 등을 결정하는 컴퍼티션 스튜워드를 맡았다. 실격과 어드밴스(다른 선수 반칙으로 인한 다음 라운드 진출)를 결정짓는 심판은 8명(남·녀 각 4명)이다. 남자부는 피터 워스(영국)가 심판장격인 레퍼리고, 1부심은 알랑 장(프랑스), 2부심은 양양(중국), 비디오 레퍼리는 알렉산드라 발라크(슬로바키아)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20년 전 김동성의 금메달을 박탈했던 주심(제임스 휴이시)와 같은 인물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잘못된 정보다.

얼음 위에서 최종결론을 내리는 역할은 레퍼리가 한다. 경기장 옆에 앉은 두 명의 부심과 의논한다. 비디오 레퍼리는 별도의 방에서 8개 이상의 카메라를 보고 조언한다. 최용구 단장은 "중국 심판이 포함된 건 문제가 아니다. 부심들과 의논을 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레퍼리"라고 말했다.

최 단장은 "30명 정도의 국제심판이 있고, 워스는 좋은 평가를 받는 '탑 랭킹' 심판이다. 2018 평창대회에서도 레퍼리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을 할까'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중국 런쯔웨이가 1위로 통과하던 헝가리 사오린 산도르 류를 붙잡고 있다. 김경록 기자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중국 런쯔웨이가 1위로 통과하던 헝가리 사오린 산도르 류를 붙잡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결승 역시 논란이 있었다. 중국 선수 3명과 중국계 헝가리 선수 2명이 달렸는데 가장 먼저 들어온 산도르가 옐로 카드를 받았다. 옐로 카드는 안전하지 않거나 위험한 플레이를 했다고 심판이 판단할 경우 주어진다. '임피딩(손이나 몸으로 상대 추월 막는 행위)'이나 '킥킹 아웃(스케이트 날 치켜들기)' 등 규칙을 2회 이상 위반해도 경기에서 실격된다. 엘로카드가 2장 쌓여 레드카드를 받게되면 대회에 더 이상 참가할 수 없다. 

피니시 라인을 앞두고 경쟁하던 런쯔웨이가 팔로 산도르를 붙잡으려는 동작을 했지만, 실격되지 않았다. 최용구 단장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결승전 경기에 나선 5명 모두 실격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내부 지적도 있다. 최 단장은 "한 명이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에 ISU 내부에서도 개혁하자는 의견이 있다. 얼음 위에는 심판 한 명만 두고, 여러 명의 심판이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