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과 넷플릭스 로고. [셔터스톡]](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09/a732f458-a0f4-48c2-96bc-945d0d030c3b.jpg)
지난해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과 넷플릭스 로고. [셔터스톡]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강타한 '코리안 메이드' 드라마들이다. 제작비를 전액 지원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지만 전 세계 안방 시장에서 'K 영상'의 몸값을 높였다. 하지만 숙제도 남겼다. 수익 독식 논란이다. 넷플릭스 등이 제작비는 충분히 지급하지만 흥행에 성공해 수익이 급증하는 경우 한국 제작사에 추가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없다시피 하다는 논란이다. 업계에서는 갈수록 요긴해지는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해외 OTT에 떠넘기는 계약 내용 자체가 문제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넷플릭스 수익 독식 논란은 국정감사장으로도 번졌다. 문체위 임오경 의원은 "'오징어 게임'에 넷플릭스는 200억원을 지원하고 3주 만에 시가총액이 28조원 늘었다"고 지적했다.
K 드라마의 대성공은 분명 환영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수익 독식 논란이나 IP 자체를 넘기는 계약은 문제적이다. 바람직한 시장질서는 어떤 것일까. 현장의 목소리를 두루 들었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합종연횡
![지난해 12월 '크리에이터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9개 제작사들. [사진 초록뱀미디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09/94fbeb06-354d-4bfb-8875-7d32dc7f41ff.jpg)
지난해 12월 '크리에이터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9개 제작사들. [사진 초록뱀미디어]
앞으로 넷플릭스 드라마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016년 국내 상륙 이후 지금까지 31편의 영화·드라마를 제작 지원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2019년 ‘킹덤’, 지난해 ‘고요의 바다’ 등이 모두 넷플릭스가 돈을 댄 작품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투자 총액은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만 5500억원을 쏟아부었다. 미국 본토 바깥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시장이 한국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트를 총괄하는 강동한 VP(Vice President)는 지난달 "지난해 15편을 만들었고, 올해는 25편을 만든다"고 밝혔다. 한국 제작사들에게 추가 수익과 저작권을 적정하게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고민한다"고만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영상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넷플릭스 사무실 바깥까지 드라마 프로듀서들이 줄을 서는 형국이다. 역시 제작비가 두툼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돈의 온기는 번진다. 영화 '부산행', 드라마 '지옥'을 만든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의 성공으로)확실히 제작 환경이 점점 나아진다. 드라마 예산도 이전과 비교하면 넷플릭스가 크게 높여 놓은 상태"라고 했다. 2016년 16부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편당 제작비는 7억5000만원 정도였다. 9부작 '오징어 게임'은 편당 20억원이 넘는다. 제작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한국저작권위원회 부위원장)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유연하게 드라마를 만들 수 있고, 국내 감독·배우의 해외 지명도도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감독이나 배우 등 국내 창작인력에 대한 해외 수요 역시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국내 제작사 보호하는 길은
![영상 플랫폼의 중심이 되고 있는 OTT들. [사진 복스미디어 웹사이트 폴리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09/cba974e7-3a5d-4b93-8023-3e8f29d8546b.jpg)
영상 플랫폼의 중심이 되고 있는 OTT들. [사진 복스미디어 웹사이트 폴리곤]
넷플릭스가 드라마 IP를 확보해 2·3차 저작물 수익까지 싹쓸이한다는 국내 우려는 모든 드라마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령 드라마 '지옥'은 웹툰이 원작이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가 '지옥'의 만화원작 IP를 갖지는 않는다. 원작 IP의 영상화 권리를 가진 것이다. 그래서 ‘지옥’의 스핀오프 소설을 낸다면 그것은 넷플릭스와 관계없는 일이 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의 연주환 팀장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타이틀마다 수익 배분에 대한 계약은 매우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09/b40a4fee-9a9a-4600-a313-46eb919ce1f6.jpg)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이와 관련,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 법제도 연구회를 통해 넷플릭스의 수익 독식 논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국내 중소 제작사가 해외 OTT의 투자를 받는 경우 계약 내용에 IP 공유 조건을 명시해야 '드라마 펀드'를 통한 제작비 투자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에 넷플릭스 덮친 국내 영화계

한국영화 개봉작 숫자 비슷해도 신인감독 작품은 급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화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최근 영화계가 겪는 어려움을 "K콘텐트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기생충’으로 결국 한국 영화계가 돈을 벌었는데, 최근에는 웬만한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그 수혜가 기획자나 창작자에게 가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창작자가 사라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영화판에서 성장하며 노하우를 쌓은 감독·스태프 등 제작인력을 ‘오징어 게임’ ‘D.P.’ 등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빨아들이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섞인 진단이다.
지난해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 대비 30% 수준이었다. 제작을 마친 영화들의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다 보니 신임 감독들의 '입봉'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CJ ENM,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등 주요 투자ㆍ배급사의 개봉 예정작 49편 가운데 신인 감독 데뷔작은 9편뿐이다. 2020년 신인 감독 영화가 전체 50편 가운데 17편(3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 다양성 실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인 감독 이상근의 2019년 영화 '엑시트'는 색다른 재난 소재로 942만 명이라는 예상 밖 흥행을 기록했다. 이런 작품을 더이상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세 메가박스중앙ㆍ스튜디오M 본부장도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2016)이나 '리틀 포레스트’(2018)처럼 '좋은 이야기’의 영화화를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