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북한이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조선중앙TV 캡처
당초 한ㆍ미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두 차례 발사 당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분석했다. 탄도의 궤적과 사거리(1차 270㎞, 2차 300㎞), 정점 고도(1차 560㎞, 2차 620㎞)을 고려한 초기 평가였다. 장거리 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MBRM(1000~3000㎞), 중거리탄도미사일(IRBMㆍ3000~5500㎞), ICBM(5500㎞ 이상)으로 나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연달아 쏜 미사일이 MBRM으로 보기엔 초기 속도가 더 빠르고, 추력이 더 세다는 데이터가 입수돼 전면 재평가에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MRBM에서 ICBM으로 달리 판단한 결정적 이유는 미사일의 크기였다. 군 관계자는 “외형만 보면 신형 ICBM 동체를 갖고 테스트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ICBM과 관련된 부품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주장한 인공위성 시험 우주 발사체의 1단을 화성-17형의 1단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북한 최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어떤 것.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화성-17형은 길이가 23~24m, 동체의 지름이 2.3~2.4m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두꺼운 ICBM이다. '괴물 ICBM'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다.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의 바퀴가 11축 22륜(바퀴 22개)였다. 이는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의 TEL(9축 18륜)보다 커진 것이다.
탄두부엔 여러 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게 한ㆍ미의 분석이다.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탄두부의 탑재량을 2~3.5t으로 예상했다.

2021년 10월 12일 열린 무기 전람회인 ‘자위-2021’에서 북한이 명칭을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 조선중앙통신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화성-17형의 1단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백두산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해 만들었을 것”이라며 “추력은 160~170tf(톤포스ㆍ160~17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대 사거리는 북한의 ICBM인 화성-15형(1만 3000㎞)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면 북한에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를 포함한 본토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화성-17형을 최대 성능으로 쐈다면 고도와 사거리가 더 나왔어야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 두 차례의 시험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ICBM과 우주발사체는 1단을 공유할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당장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여차하면 넘겠다고 알리기 위해 일부러 연료를 적게 넣는 방법으로 MBRM 궤적으로 발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은 백두산 엔진 4개를 묶은 클러스터링이 작동성을 점검하면서 인공위성에 필요한 기술도 축적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5년 안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배치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북한이 서해 위성 발사장이라고 부르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개축을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쏜다면 동창리에서 발사할 것으로 보이고, 만약 ICBM을 시험 발사한다면 TEL에서도 쏠 수 있다. 둘 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동창리에서 관련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 15일 김일성의 생일 110주년을 맞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