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ICBM 쏘면 '맞불 미사일' 검토…더는 좌시 않겠단 한·미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평양 순안공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ICBM 발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15일 밝혔다. ICBM 발사를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정하는 한편 한ㆍ미도 미사일 타격 훈련으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실험ㆍICBM 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을 깨뜨린 것으로 판단하고, 한ㆍ미가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음을 뜻한다. 

지난 2017년 7월 4일 북한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며 도발하자 이튿날 오전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이 실시됐다.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큼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 4일 북한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며 도발하자 이튿날 오전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이 실시됐다.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큼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한ㆍ미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북한이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두 차례 쏜 ‘우주발사체’에 대해 신형 ICBM인 화성-17형으로 판단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ㆍ미는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한·미 연합 미사일 발사 훈련이 검토 방안 중 하나라고 확인했다.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 사실을 확인하면 한·미가 즉시 미사일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는 방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한·미 연합 미사일 발사 훈련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데 대해 한·미가 단호한 행동으로 경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북한이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조선중앙TV 캡처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북한이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조선중앙TV 캡처

한ㆍ미는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고도화하던 2017년 연합 미사일 훈련으로 무력 시위에 나선 적이 있다. 그해 7월 4일 북한이 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하자, 다음 날인 5일 한국군의 현무-2 단거리 미사일과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 단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거듭되는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이라며 “유사시 적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9월 15일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한국군이 단독으로 발사 6분 만에 현무-2 미사일을 쐈다. 당시에도 합참은 “도발 원점(발사장소)인 순안공항까지의 거리(250㎞)를 고려해 동해 위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 발사를 강행하고 한·미도 이에 맞대응 발사로 나설 경우 남북 관계는 상당 기간 ‘강(强) 대 강’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종전선언을 포함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역시 임기 말에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상 가동 중단이라는 결과를 맞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17년처럼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경 기조로 나서는 배경을 놓곤 미국 측 요구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 사항에 대해)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러시아 제재에 당초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자 미국 조야에선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적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자고 요구하는 데 한국이 거부할 명분이 마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하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에 다시 데려오려고 노력했지만, 북한이 올해 들어 9차례 미사일 발사로 판을 깨려는 데 대한 배신감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