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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곡물 산지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닭 사료에 들어가는 국제 곡물 가격이 급상승해 계란값이 급등하고 있다. 계란 한 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4월 22일 기준 7010원으로 한달 전보다 10% 넘게 올랐다. 계란 한 판 가격이 7천원을 넘은 건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만이다. 뉴시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가계 식탁까지 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곡물 가격 상승 압박이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었다. 원재료 가격 오름세가 생산 농가→중간 유통사→대형마트를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계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1㎏당 400원 하던 사료값 올 들어 600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옥수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건 시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린다. 전쟁이 곡물 가격을 움직였고 이어 사료 가격 상승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옥수수 수출국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 해상운임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곡물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A씨는 “2, 3달 간격으로 사료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계란 나르는 트럭 유류비, 월 300만원 늘어"
여기에 펄프 가격 상승에 따른 계란 난좌(종이 보호재) 가격도 올라 지난해와 비교해 개당 가격이 90원에서 110원으로 20원이나 올랐다. A씨는 “사료에 유류에 펄프까지 모두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이라 농장 자체적으로 원가를 줄이려야 줄일 수 없는 구조”라며 “계란값 오르는 걸 농가 탓을 하는데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농가에서 들여온 달걀을 옮기고 있다. 올해 들어 계란 가격은 사료값 상승으로 인해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농가에서 계란을 받아 선별 포장해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중간 유통사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압력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계란 30구 한판의 산지 가격은 올해 초 4500원을 유지하다 최근 5300원으로 800원이 올랐다. 경기도 남부에서 양계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B씨는 “중간 선별과 포장 작업을 통해 대형마트에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 알당 50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올해 들어서 재료비, 유류비가 폭등해 손해를 보고 넘기는 수준”이라며 “유류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25%가 올랐다”고 말했다. 계란 난좌 등 부자재 비용도 원가가 크게 늘었다. 계란 25구 포장용 부자재비는 지난해 335원에서 올해 들어서는 360원으로 25원(7.4%)이나 상승했다. 대형마트도 계란에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소비쿠폰을 발급하면서 계란 물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은 고객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해 매입가가 올라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품목이지만 보관이 어렵고 운송이 쉽지 않아 유통 마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료 옥수수 99% 수입해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7월부터 시작되는 농산물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평년 기준으로 1500만 헥타르(약 15만㎢)에 걸쳐 곡식 파종이 이뤄지지만 올해는 전쟁 여파로 700만 헥타르(약 7만 ㎢)에서만 파종이 이뤄졌다. 예년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 파종 면적으로 수확 결과는 더욱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에 국내 식품 물가의 추가적인 상승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