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락 사태를 맞은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에 투자한 정모(30)씨가 한 말이다.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정씨에게 루나는 “은행 적금 같은 코인”이었다고 한다. 가격이 안정적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 코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주 루나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정씨는 투자 명목으로 대출한 3000만원을 거의 다 잃었다. 정씨는 “시총 10위 안에 드는 코인이 증발했다는 건 은행 하나 망한 거랑 비슷한 일”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가만있다 거지 될라”…MZ가 루나에 몰린 이유
직장인 강모(31)씨는 2000만원을 손해봤다. 전세 자금에 보탤 명목으로 루나에 투자했다. 강씨는 “사회 초년생 월급으로는 기본이 1억 중반대인 서울 투룸 전셋집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옆 사무실 선배가 코인으로 2억원을 벌고 퇴사했다는 말을 듣고 코인을 시작했는데…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투자 안 하면 바보”
테라와 루나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지난해 3월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 이자를 돌려주는 암호화폐 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예치금이 몰리면서 테라는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3위, 루나는 8위에 오르기도 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설치된 거울에 비트코인 차트가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모임’ 꾸려 집단 소송 돌입
지난 13일 개설된 온라인 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엔 닷새 만에 1700명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이들은 이번 주 중 권도형 테라폼램스 대표를 상대로 법원에 재산가압류를 신청한다고 한다. 또 암호화폐 가치 폭락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고자 권 대표와 공동창업자 등을 사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인터넷방송 BJ 김모씨가 16일 오전 서울 성동경찰서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코인 휴짓조각 된 건 회사 책임”
실제로 루나의 가치는 지난해 15만원까지 치솟았다가 18일 기준 0.2원대로 내려앉았다. 수치상으로는 ‘1억분의 1’ 까지는 아니지만,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 셈이다. 지난달 52조 7000억원이었던 루나의 시가총액도 이날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