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 최초 걸그룹 르세라핌은 BTS와 다르게 쏘스뮤직 레이블 소속이다. 뉴스1
지난 5년여간 음반업계의 다양한 인수·합병(M&A)으로 엔터 산업의 구조는 복잡해졌습니다. 과거 ‘3대 기획사’ 시절에는 아이돌이 SM, JYP, YG 중 어디인지만 구분하면 됐는데, 요즘은 어느 레이블에 속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레이블에 따라 음원, 창법, 안무, 비주얼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레이블 중심으로 재편되는 K팝 산업을 들여다봤습니다.
기획사는 소속사, 레이블은 음반사

하이브 계열사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언뜻 레이블은 대형 기획사 산하 작은 소속사 또는 1인 기획사 형태인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 기획사는 소속사, 레이블은 음반사를 지칭하는 용어다. 전자는 스케줄 등 연예인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중심이고, 후자는 음반을 만들고 유통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해외의 경우 가수가 앨범에 따라 레이블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한국은 레이블에 소속사 개념도 포함돼 있다. BTS는 AOMG 혹은 다른 레이블과 앨범을 내지 않고 오로지 빅히트 뮤직 레이블로만 앨범을 낸다.
본래 레이블이란 음반업계에서 제작 브랜드명을 가리키는 용어다. 인디(독립), 록, 힙합, 재즈 등 한 가지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확보해 그들의 개성을 살리는 음악을 만드는 독립 음반사를 의미한다.
한국 엔터 산업에 등장한 대형 기획사의 ‘레이블 체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아티스트와 음반 제작을 위한 전문화된 기업 형태에 가깝다. 대형 기획사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독립 레이블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회사 형태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투자를 통해 회사 간 시너지를 내는 체제를 지향한다. 레이블은 기존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기획사는 개성있는 음원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SM·YG·CJ도 레이블 체제 구축

가수 코드 쿤스트, 쌈디, 이하이, 그레이 등 힙합 레이블 AOMG 소속 아티스트가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형님’ 녹화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YG는 소속 가수인 에픽하이 타블로에게 하이그라운드(HIGHGRND)라는 레이블을 차려주며 인디 밴드 혁오를 영입해 주목받았다. 여기에 YG의 핵심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은 블랙 음악(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만든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YG레이블의 또 다른 축이다. CJ E&M도 웨이크온, 스윙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하이브와 합작), AOMG, 하이어뮤직, 아메바 컬처 등 다양한 레이블을 갖고 있다. 전략적 협력 관계였던 젤리피쉬와는 2020년 CJ ENM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관계를 청산했다.
대형 기획사가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는 이유는 음반 제작자의 독립성과 개성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새로운 가수를 발굴하고,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대중에 선보이는 것은 기획사의 숙명이지만, 음악성까지 직접 챙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중의 입맛이 변한 점도 한몫한다. 대기업의 ‘자본주의형 아이돌’ 보다 독립 아티스트에게 눈길을 주는 층이 늘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대기업, 대형 기획사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면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에 작은 레이블 출신의 가수는 순수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기획사보다는 레이블의 개성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