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강수 논설위원
'한 장관이 독립운동하듯 싸웠다'는 표현은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조국 일가 수사를 했다가 정권의 눈밖에 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보복성 좌천 인사에 대항했음을 지목한다. 그 기간 한 장관을 버티게 해준 건 검사로서의 사명감, 동료 검사들의 격려와 함께 아이폰 비밀번호 잠금 기능의 덕도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월 6일 한 장관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아이폰 비밀번호를 22개월간 알려주지 않았고 수사팀도 휴대폰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해제하려 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비밀번호 해제에 집착했다. 오죽하면 휴대폰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하는 내용이 담겨 '한동훈 방지법'으로 불리는 ‘사법방해죄’ 처벌 방안까지 연구했을까. 이에 한 장관은 "반헌법적 전체주의"라고 반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46f9536b-49df-464c-aaca-8015aaf9688d.jpg)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한 장관은 채널A 사건 무혐의 1주일 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취임했다. 한 장관의 행보는 조 전 장관과 일부 닮았다. 정권의 황태자로서 법무장관까지 한 점이다.그러나 차이가 더 크다. 조 전 장관은 잘 알지 못하면서 검찰 개혁을 주도했다. 탁상머리 어설픈 개혁으로 형사사법체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 장관은 제일 잘하는 수사에 집중한다. 취임 바로 다음 날 '산 권력' 수사를 하다가 좌천됐던 특수통 위주의 윤석열 사단을 요직으로 복귀시키더니 남부지검 금융범죄 합수단을 부활시켰다. 중단됐던 수사를 재개하고 꼬이고 뒤틀린 수사를 정상화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한 장관에게 권한이 쏠리고 있다는 건 위험 요소다. 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검찰총장 업무에 관여하자 '법무검찰총장'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은 "한 장관이 '법무민정수석'이냐"는 소리가 나온다. 폐지된 민정수석실 업무 중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겨지면서 검찰 공화국이 완성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각 부처 장·차관들이 머리를 조아릴 판이다. 객관적·합리적 통제를 위해 3대 원칙을 정했다고 하나 얼마나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권력은 나누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 특정 권력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한 장관이 검사장일 때 수사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숨길 것도 없고 숨겨서도 안된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비밀번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