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간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늘고 있다.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pixabay
[금융SOS]
상속·증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A씨는 머리가 아프다. 자식뿐만 아니라 20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재혼한 부인의 노후까지 신경 써야 해서다. 그는 현재 거주하는 주택을 포함해 30억원 상당의 자산을 갖고 있다.
A씨는 “이제는 자식 걱정 없이 풍요로운 노후를 즐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하지만 (내가) 떠난 뒤 형제끼리 싸우고, 자식들이 새엄마와도 유류분 분쟁을 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속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법적 분쟁이 늘고 있다.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이 대표적이다.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유류분 제도다. 2020년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유류분 소송 건수는 1444건으로 10년 전(452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대부분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주지 않고 ‘편애 상속’을 할 때 유류분 다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족 간 재산 다툼을 막기 위해서는 상속 플랜을 짤 때 ‘유류분 범위와 가액 산정기준’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민법상 유류분 범위는 상속이 이뤄진 시점에 고인이 갖고 있던 재산은 물론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과 사망 1년 이내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까지 포함된다. 또 증여 재산의 가액은 증여 시점이 아니라 ‘상속 개시 당시’ 기준으로 평가한다. 상당수 피상속인이 놓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둘째 아들이 요구할 수 있는 유류분은 어떻게 될까. 현재 기준으로 증여 재산을 평가한 뒤 상속 재산에 더한 유류분 산정 재산은 55억원 정도(현금 증여 5억원+증여한 아파트 평가액 20억원+상속재산 30억원)다.
일단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 1의 비율로 계산한다. 사례 속에서 새엄마의 몫은 23억원, 형제의 몫은 각각 약 16억원이다. 이들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50%인 만큼 새엄마가 12억5000만원, 자녀가 8억원을 요구할 수 있다. A씨의 둘째 아들은 이미 증여받은 5억원을 제외한 3억원에 대해 상속인들 대상으로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류분 소멸시효도 알아둬야 한다. 피상속인이 사망(상속 개시)하고, 증여가 이뤄진 것을 안 날로부터 1년이다. 다만 부모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더라도 추가로 증여 재산이 있다는 것을 10년 내 알았다면 다시 1년의 단기 소멸시효는 생긴다.
상속 플랜은 피상속인의 노후자금까지 고려해 유언장으로 작성해두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다. 상속·증여만 신경 쓰다간 오래 살 것을 대비한 노후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어서다. 이를 유언장으로 작성해둬야 가족 간 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법에선 자필증서와 공정증서, 녹음, 구수증서, 비밀증서 등 5가지를 인정한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의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유언장 작성으로 미리 피상속인의 재산 분배 의지를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며 "만일 가족 간 분쟁 여지가 있을 땐 자필증서보다 공증인이 참여하는 공정증서가 낫다”고 조언했다.
방효석 변호사는 "(피상속인이) 유류분 범위와 가액 산정 기준까지 고려해 재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것도 재산 다툼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