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중도 확장을 안 하면 당이 나아갈 길이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항상 극단주의에 치우쳐서 결정하다 보면 당의 앞날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당의 ‘중도 확장’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가 이틀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5년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가 올 때마다 극단주의자들에 의지했고, 득세한 극단주의자들이 다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했다”고 지적한 데 대한 부연 설명이었다.
국민의힘이 ‘아스팔트 보수’와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대선·지방선거 2연승을 토대로 당의 외연을 확장, 2017년 탄핵 사태로 완전히 무너졌던 전국적 지지 기반 복원에 시동을 건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선거 직후 민주당의 극단주의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사실 우리 당도 마찬가지”라며 “21대 총선 직후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수도권·중도·20~30대’를 제시했고 이 원칙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단식농성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5/39f61554-b9f3-48b7-9fa2-3f69e4230f99.jpg)
단식농성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결과는 총선 완패-김종인 비대위의 참극이었다. 그로부터 2년만에 당명 개명(2020년 9월)을 거쳐 국민의힘이 중앙·지방권력을 모두 되찾게 된 데는 이전과 정반대의 외연 확장 노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호남에 공을 들이며 수도권 내 호남 유권자 표를 확보하는 등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 노력이 이번 지방선거에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며 “2년 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도층이 향후에도 더욱 중요한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중도 여당’을 향한 국민의힘 측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당내 중도·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옛 바른정당 계열이 당 지도부에 포진해 있다. 이준석 대표는 바른정당·바른미래당 출신이고, 권 원내대표와 ‘1번 윤핵관’으로 지목되는 장제원 의원도 짧은 기간(2017년 1~5월)이었지만 한때 바른정당에서 활동했다. 대선 기간 한때 ‘제 3지대’를 표방했던 안철수 의원도 바른미래당 출신으로, 당의 중도화 노선에 힘이 실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에 석패한 경기지사 선거 사후에도 ‘단일화 무용론’이 우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2일 당내에서 ‘무소속 후보였던 강용석 변호사가 받은 5만4000여 표가 있었다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당 지도부는 “인위적인 정치 공학으로 접근하게 되면 오히려 역풍이 분다”(성일종 정책위의장), “만약 정식으로 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했다면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감표 요인이 됐을 것”(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말하며 논란을 조기 진화했다.
다만 강성 보수 세력이 독자적 힘을 키워 보수 지지층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 건 부담이다. 강 변호사는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공개 갈등을 빚으며 “지지율이 10% 나오면 신당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강 변호사는 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거(창당)는 선거 때 하는 얘기”라면서도 “이제 좀 봐야 한다. 정치 상황을 좀 보자”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라고 했다. 당장 창당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 상황에 따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지지율 10% 계획이 실현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강 후보가 향후 우리공화당을 만든 ‘제2의 조원진’의 시나리오를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실제로 투표함을 열어보니 강용석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의 영향력은 아주 미미했다. 득표율이 불과 0.95%지 않았느냐”면서 “우리 당의 가치가 극우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극우와 거리두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