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달 31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A 아파트에서 입주 예정자가 이삿짐 차량을 불러 이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전날 인천서구청의 준공승인을 받았다. 사진 독자 제공
문화재청은 아파트를 짓고 있는 3개 건설사를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짓고 있는 아파트 44개 동 중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속한 19개 동에 공사중지 명령도 내렸다. 건설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반발했다. 법원(서울고법 행정 10부·서울고법 행정4부)은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문화재청의 결정이 사회 관념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공사는 재개됐고 아파트는 최근 준공까지 마무리했다. 문화재청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관할 지자체에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인천 서구청은 응하지 않았다. 서구청 관계자는 “주택법에 따라 관계 부서 협의와 현장점검 등을 진행했다”며 “사업계획 승인 당시 내용대로 아파트가 건설됐는지 확인하고 사용검사 확인증을 교부했다”고 말했다. A아파트를 지은 건설사가 준공승인을 받으면서 다른 2개 건설사도 조만간 공사를 마무리한 뒤 사용검사 확인증을 발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길이 열렸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겪은 난항이 불이익이 됐다고 호소했다. 입주 예정자 윤모(39)씨는 “아파트 준공승인이 늦어지면서 은행로부터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며 “최근 사용검사 확인증이 나오면서 가까스로 대출이 가능해졌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디딤돌 대출 등 정부서비스는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준공이 불확실하다 보니 건설사 측과 입주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사전협의 과정도 미비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김포 장릉 인근에 있는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앞에 입주지원센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아파트는 조선 왕릉인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허가 없이 건립됐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었지만 관할 구청이 사실상 입주를 승인하면서 이날 입주 절차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공사 중지 명령 자체의 위법성을 따지는 본안소송 선고가 다음 달 8일로 예정돼 있다. ‘왕릉 뷰’ 논란으로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주민들은 부담스럽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4월 조선왕릉 보전현황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관련 기관 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행정 공백이 발생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문화재청, 지자체, 건설사 등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행정 공백이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선 공람공고를 실질적으로 공문으로서 회람하게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