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ㆍ1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친문재인계(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과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이 확정된 지난달 6일엔 여성시대 등 복수의 커뮤니티에 비대위원들의 전화번호와 함께 “오후 3시 문자 총공(총공격)”이란 글이 올라왔다. 실제 오후 3시를 기해 비대위원들에겐 “지방선거 패배하면 비대위 책임이지, 이재명에게 떠넘길 생각 말라”는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지난달 6일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이 확정된 직후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받은 문자(왼쪽)와 지방선거 패배 후인 지난 2일 받은 문자. 전직 비대위원 제공
3ㆍ9 대선 이후 개딸(개혁의 딸)이 민주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대선 후 이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입당한 2030 여성을 일컫는 ‘개딸’은 이 의원의 신흥 팬덤이다. 개딸로 상징되는 당 밖의 강경파 팬덤에 당 전체가 휘둘린 것이 지방선거 패배 등 민주당의 위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ㆍ1 지방선거를 전후해 민주당 친문 의원실로 들어온 팩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를 사용했다. 친문 의원실 제공
개딸들의 폭력적 배타성에 대한 증언은 민주당 주변에서 흘러넘친다. 홍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문자 폭탄은 과거에도 받아봤지만, 개딸은 문 앞까지 찾아와 물리적 위협을 가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실 보좌진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쓴 팩스를 하루에 수십장씩 보내는 것도 개딸들의 수법”이라며 “잉크값이 엄청 들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선거 전부터 ‘이재명 책임론’을 집단으로 방어하는 것을 보고 시나리오를 쓰는 조직적 세력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민주당 좌지우지 개딸…문파보다 강한 ‘배타성’
하지만 개딸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기본적으론 이 의원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대선 국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아젠다를 뒤로 물렸음에도 이들은 강하게 집착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동의를 서두르자는 이재명계 의원들의 주장과도 맞서 “부결”을 외쳤다.

지난달 12일 당시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개딸도 모르는 개딸…이재명 측 일각도 “불안하다”

지난 3월 중순 이재명 의원과 개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커뮤니티 캡처
3월 초 개딸이 됐다는 여성 A씨(31) 역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도 개딸의 범주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며 “현재 박지현 전 위원장 이슈 등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고, 활동하는 커뮤니티도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도 이제는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4일에도 이 의원은 개딸에 대해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고 한껏 띄었지만, 7일 국회 등원에 맞춰 화환을 보낸 개딸을 향해선 “마음만 감사히 받고 화환은 정중히 사양하는 점 양해바란다”는 말을 SNS에 남겼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대선 전후로 2030 여성이 대거 지지를 선언해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개딸이 이후 여러 커뮤니티를 잡아먹으면서 이 의원 지지를 주도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될까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재명 측은 “투표권 부여” 주장…“정체성 없는 표심에 휘둘려”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김경록 기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민주당의 문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지 않고 강경파의 흐름만 맹목적으로 좇는 데 있다”며 “일반 민심이 아니라, 정체도 알 수 없는 집단의 표만 바라보면 다음 선거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전임 지도부도 “신규 당원 20만명 중 절반이 이재명 지지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전체 국민에 비하면 한없이 적은 숫자”라며 “그럼에도 이들의 대표성을 높여 당 대표를 뽑자는 건 또다시 당을 ‘반향실(에코 체임버ㆍecho chamber)’에 가두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