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선, 인도·태평양으로 확대
기술·경제에 새로운 최전선 생겨
해양안보와 공급망 구축에 기여
순응적 안보에서 적극 주도로 전환
기술·경제에 새로운 최전선 생겨
해양안보와 공급망 구축에 기여
순응적 안보에서 적극 주도로 전환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그 시기에 서구 열강들은 앞선 기술과 생산력으로 패권 다툼과 함께 아프리카와 중동·아시아에서 식민지 확장에 혈안이었다. 그런데 시대 조류에 뒤떨어졌던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의 강대국을 이긴 나라가 일본이었다. 서구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은 그때부터 영국과 프랑스·독일·미국 등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일원으로 발을 들여놨다. 일본은 이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에 패망했지만, 현재는 미국의 동맹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동맹의 코너 스톤(corner stone·주춧돌)이라 한다.
![거꾸로 본 세계 지도. 고정된 생각을 바꿔 한반도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면 한국이 그 출발점이며 해양전략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양수산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23/4b93a9aa-da6a-4fde-8a22-6e52743820be.jpg)
거꾸로 본 세계 지도. 고정된 생각을 바꿔 한반도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면 한국이 그 출발점이며 해양전략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양수산부]
아시아엔 강대국인 중국이 있지만, 공산주의에다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체제다.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 작은 나라를 괴롭히거나 돈으로 회유하는 힘이 센 큰 나라일 뿐이다. 강압적인 힘으로 동·남중국해의 공해와 인도·태평양으로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자유와 언론이 보장되는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다. 우리에게 중국은 협력 대상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 등과 함께 때론 반대편에 설 수도 있다.
AP4 계기, 아시아 새 주자로 떠오른 한국
한국이 아시아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 계기는 AP4(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다. AP4는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과 일본이다. 나토 정상회의엔 나토 회원국과 회원 가입 대상국이 참석하지만, 아시아에서 한국 등 4개 나라가 전략 파트너로 초청됐다. 유럽이 기반이었던 호주·뉴질랜드와 일본 외에 한국이 포함된 것이다. 한국이 국제질서에 기여할 만한 역량과 가치를 갖춘 나라로 평가받아서다.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AP4 정상회동은 주목 대상이다. AP4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월 처음으로 언급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AP4는 미국·나토와 함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질서를 유지할 아시아의 핵심 국가로서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의 안보적 기능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은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AP4) 4개국의 기여와 역할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AP4 참여는 중국과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 우리에겐 리스크로 작용한다. 중국은 나토의 AP4 초청을 반중(反中) 포위망 구축이라고 보고 곧바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AP4를 의식해 지난 3일부터 미얀마와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5개국을 연쇄 방문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달 2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집단 대결을 지양한다”며 나토 정상회의를 비판했다.
나토의 입장은 중국과 전혀 다르다.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우주, 사이버 공간, 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뒤엎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AP4 회의에서 “글로벌 안보위협에 공동 대응하자”고 말했다.

중국과 갈등 리스크 감수, 나토와 협력
윤 대통령의 말은 자유와 인권과 보편타당한 가치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나토와 협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던 지난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른 기조다. 한국으로선 분명 기회이자 도전이다. 중국과의 갈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한국이 리스크를 안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전할 가치가 있을까. 우선 한국의 외교·안보적 역할이 한반도에만 머물러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국제 갈등의 최전선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반도의 휴전선과 동·서독의 베를린 장벽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최전선이었다. 소련이 해체된 탈냉전 이후엔 우리의 휴전선과 대테러가 최전선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끝나가고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한·미·일 및 나토 회원국 등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 사이의 지리적인 최전선은 동·남중국해가 포함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반도체·인공지능(AI)과 배터리·바이오 등의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기술·경제적인 최전선이 새롭게 생기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 전선만이 아니라 기술과 가치 등 복잡한 다차원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북한 위협에만 대비한다고 해서 미래 안보와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한국의 경제·기술적인 비중이 중요하다. 한국이 안보적 기여와 경제·기술적 능력을 갖췄을 때 한반도에 안보위기가 생겨도 우방국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턴 한국은 한반도 내에서 순응이 아니라 새롭게 조성되는 다차원 질서의 표준 창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 외에도 안전한 국제 해상수송로 보호와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과정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동·남중국해와 인도·태평양은 한국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이 오가는 젖줄이어서다. 한국이 무임승차해온 해상수송로는 머지않은 시기에 중국의 도전으로 분쟁수역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반도체와 AI 등의 공급망에는 우리의 먹거리와 차세대 안보가 걸려있다.
희망적 사고로 도전과 리스크에 맞서야
그렇다면 한국이 이런 도전과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희망적인 사고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첫째, 한국의 경제 규모(GDP)는 세계 10위다. 21세기의 원유라 불리는 반도체 등 일부 핵심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5월 삼성과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5년 동안 1000조 원을 핵심기술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다. 투자액 가운데 80%인 800조 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기업이 정부 예산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처음이다.
투자 대상은 BBCEE와 AI 및 빅데이터 등 21세기 먹거리와 안보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며 의지를 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말처럼 투자가 실행된다면 한국의 기술력은 크게 도약할 게 분명하다. 그 결과 한국은 재편 중인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서 새로운 코너 스톤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그게 안보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군사 역량이다. 우리 군사력은 세계 6위다. 오늘날 우리 군은 미군과 연합작전체계도 갖고 있지만, 거의 모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군사력을 대폭 축소한 나토 회원국이나 군사작전이 제한된 일본보다 낫다. 한국군의 군사력 규모도 자유민주주의 선진국 중에서 미국 다음이다. 핵을 제외하면 중·러·북 어느 나라도 한국을 점령할 수 없다. 마지막 역량은 한국의 가치 기준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적 이념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도전과 위험은 끊임없이 다가온다. 코로나19 후유증과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미·중 경쟁은 새로운 경제·안보 현상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나토와 쿼드에 이어 AP4와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을 통해 안보질서를 지키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은 대립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군사력만이 아니라 경제와 기술·국제협력 등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만 안보와 이익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시대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넓고 멀리 봐야 한다.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지난 6월 23~24일 중국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다.
☞BBCEE: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에너지(Energy), 환경(ESG)의 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