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안미영 특별검사팀의 수사 종료일인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다. 뉴스1
본류 '전익수' 구속 수사 못 해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공군 내 성폭력 및 2차 가해 행위, 국방부·공군본부의 수사 은폐·무마·회유 등이다. 이 중 군 당국의 수사 은폐·무마·회유 의혹을 규명하는 게 특검팀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특히 의혹의 중심인물로 꼽혔던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의 관여 여부가 특검팀의 핵심 조사 대상이었다.
전 실장은 사건 발생 당시 군검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지휘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제20전투비행단(20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상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뒤 그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검찰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이 중사가 숨진 뒤에도 가해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뒤늦게 국방부가 수사에 나서 1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전 실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초동수사 부실'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실장은 이번이 3번째 소환 조사다. 뉴스1
그러나 특검팀은 수사 종료일인 이날까지 전 실장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못했으며 구속 수사 시도에도 이르지 못했다. 특검팀은 전 실장을 상대로 사건 당시 조치 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전 실장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지난달 24일 있었던 첫 출석에서 ‘초동수사가 문제없었다는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군인권센터가 주장한 건 100% 허위라고 보면 된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결국 특검팀이 의혹의 본류가 아닌 지류에만 닿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은 전 실장 소환에 앞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군무원과 공군에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 중사의 사망 원인을 왜곡한 혐의를 받는 공보정훈실 장교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공군의 수사 무마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인 이른바 ‘전익수 녹음파일’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만 증거위조 및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기소됐다.
특검, 13일 수사 결과 발표
100일 가까이 진행된 특검팀의 수사 결론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구체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안 특검을 비롯해 유병두, 이태승, 손영은 특검보 등 특검팀 관계자가 참석해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와 수사 과정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들은 연휴 기간에도 사무실에 나와 수사 내용을 정리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전 실장을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장시간 조사를 한 만큼 혐의를 다지고 있겠지만, 불구속 기소에 그칠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기소하면 관련법에 따라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서 1심이 진행된다. 1심 선고는 기소한 날부터 6개월 이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