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쌀 포대. 뉴스1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를 보면 최근 쌀 한 포대(20㎏, 상품 기준)의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4만67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원(18.8%) 하락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5만2000원대를 유지하던 쌀 도매가는 이달 초 4만5800원까지 내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쌀값이 추락하는 이유는 최근 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미 생산량은 388만1601t으로 전년 대비 10.7%(37만5022t) 늘었다. 지난 2016년 이후 5년 동안 내리 감소하다가 지난해 증가로 돌아섰다. 반대로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도 벼농사는 풍년이지만, 53만 벼 재배 농가의 근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쌀값이 하락할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장격리가 대표적이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가격 하락을 막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지난 2월에 14만4000t, 5월에 12만6000t, 8월 10만t의 쌀을 시장격리했다. 총 37만t으로 역대 가장 많은 생산량을 시장격리했던 2017년과 같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또 올해 공공비축용으로 햅쌀 45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2017년 이후 정부는 매년 공공비축미로 35만t을 매입해 왔지만, 올해는 10만t을 확대한다. 매입 시기도 종전 9월 중순에서 8월 말로 앞당겼다. 농식품부는 “2022년산 쌀 10만t을 조기에 시장격리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쌀 생산량을 줄일 수 있도록 벼 재배 면적을 줄이려는 정책도 함께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쌀 적정 재배 면적을 70만ha로 제시하고 전년 대비 3만2000ha를 줄이려고 했지만, 올해 벼 재배 면적은 72만7158ha로 불과 5319ha(0.7%) 감소할 뿐이었다. 밀·콩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쌀 과잉 생산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당장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농업계에선 논에 다른 작물을 기를 수 있도록 2018~2020년 시행했던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쌀 가격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며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자동 시장격리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쌀을 매입할 때는 최저가 입찰이 아닌 시장 가격에 쌀을 사들이도록 하고, 종료된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 재개에 대한 법적 근거도 담았다. 이에 대해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쌀 수급에서 벌써 한 20년 이상의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지속해온 상황”이라면서도 “민주당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를 더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