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수간호사 밀드레드 랫치드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루이스 플레처가 23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숨졌다. 2012년 10월 6일 촬영한 모습. AP=연합뉴스
플레처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캐스팅될 때만 해도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1962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플레처는 사실 밀로스 포먼 감독의 캐스팅 명단 맨 마지막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대 최고 스타들이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다는 이유로 출연을 고사하면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기회를 얻게 됐다. 결혼 후 육아로 11년 간 공백기를 가진 후 1974년 영화 ‘보위와 키치’로 복귀한 참이었다.
아카데미 최초 ‘수어’ 수상 소감

1976년 3월 30일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루이스 플레처. AP=연합뉴스
그가 스크린에 복귀한 건 남편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1974년 영화 ‘보위와 키치’였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포먼 감독이 그를 눈여겨본 바로 그 작품이다. 포먼 감독의 연락을 받고 6개월 간 숱한 오디션 끝에 배역을 따냈다. 포먼 감독은 “루이스가 스크린에 나왔을 때 너무 놀라서 눈을 떼지 못했다”며 “그에게는 랫치드에게 아주 중요한 미스테리한 면모가 보였다”고 말했다.
“괜찮은 척하니 진짜 기쁨 되더라”

2012년 1월 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사회에 참석한 루이스 플레처. AP=연합뉴스
플레처는 엄격한 캐릭터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지만, 어릴 때부터 항상 모든 것이 완벽한 척 웃으면서 지냈다고 한다. 청각장애인인 부모님이 걱정하는 것이 싫어서다. 그는 1977년 한 인터뷰에서 “그 대가는 컸다”면서 “나는 모든 것이 괜찮은 척 했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적어도 연기에 있어선 항상 괜찮은 척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으면 진짜 기쁨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