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핵·미사일, 되레 北에 치명적?…전쟁 억제할 상쇄전략 [김민석의 Mr.밀리터리]

가시권에 들어온 북한의 핵 위협,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북, 재래식 밀리자 핵·미사일로
북핵 상쇄 전략으로 억제 가능
핵우산과 초정밀 무기로 제거
최후의 수단은 한국의 핵무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반도에 엄청난 재앙을 안겼던 북한 침공에 의한 한국전쟁(6·25 전쟁)이 19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멈추자 미국은 새로운 고민에 들어갔다. 한국전쟁을 돕기 위한 160만 명에 달하던 육군 병력을 대폭 감축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은 육군 사단이 26개뿐인데 소련은 175개로 미국을 압도하고 있었다.
과도한 국방비에 부담을 느낀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묘수를 냈다. 적은 비용으로 소련의 거대한 군사력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전술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SLBM(잠수함탄도미사일)을 활용한 대량보복 전략이다. 소련의 재래식 군사력을 핵으로 압도하는 1차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이다.  ‘뉴룩전략(New Look Strategy)’이라 불렀다.

미국, 상쇄전략으로 소련에 대응
그런 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미국의 핵전략에 맥을 추지 못한 소련이 핵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해 미·소 사이에 핵 균형을 이루게 됐다. 그런데다 소련은 대규모 기계화군단으로 유럽을 위협했다. 미국은 재래식 전력에서 또다시 열세가 됐다.
1970년대 중반 헤럴드 브라운 미 국방장관은 소련 군사력에 새로운 기술로 대응하는 2차 상쇄전략을 입안했다. 조기경보통제기, 무인 고공정찰기, 정찰위성 등 감시정찰 자산을 기존 무기와 연동시켰다. 소련군 정보를 미 공군에게 신속하게 제공해 정밀 타격하는 것이다. ‘공지전투(Air-Land Battle)’라는 전술이다. 미국은 2차 상쇄전략으로 소련의 기계화 군단으로부터 서유럽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이 전략 덕분에 미국은 1991년 걸프전에서 완승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또 문제가 생겼다. 미국은 2002년부터 추진해온 ‘국방변혁(Defense Transforming)’이 경쟁국에 대해 더는 비교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술진보가 혁신적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신기술을 활용해 AI(인공지능)에 기반한 무인전투체계를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고민에 빠진 미 국방부는 기존 계획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3차 상쇄전략이다. AI 기반 무인체계, 스텔스 공중작전, 작전거리 확장, 해저작전, 전 세계 감시타격체계 등이다. 지금 미국은 50년 만에 이뤄지는 3차 상쇄전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북한, 재래식 전력 밀리자 핵·미사일에 의존


한반도는 어떤가. 북한은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발 쐈다. 북한이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처음이다. 미사일이 속초와 울릉도 북쪽에 떨어져 피해는 없었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대한민국 어디든 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것이다. 그 미사일에는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은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북한이 핵을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NLL 이남 우리 관할수역에 떨어뜨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군사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한 외통수 전략이어서다. 북한이 130만명의 대규모 병력과 전차 4300대, 야포 8800문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노후화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래식 전력을 개량하고 싶어도 경제가 나빠 불가능하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미 연합군이 더 강력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짧은 시간에 제거할 ‘북핵 상쇄전략’이 있다면 북한 정권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북한이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력 모든 면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위협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정권은 그때야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는 유지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확장억제력이 당장 가능한 상쇄전략
이런 북한 핵·미사일 상쇄전략에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 가장 동원하기 쉽고 실행이 가능한 수단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이다. 평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북한 정권과 핵·미사일 기지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미국이 제공한다는 확장억제력의 문제는 신뢰도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부차관보는 지난 1일 “미국과 동맹의 핵심이익을 위협하는 극단적 상황 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쓰면 미국도 핵으로 응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을 완성하면 미 대통령은 서울을 구하기 위해 뉴욕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미 대통령이 막판에 북한에 대한 핵무기 응징을 주저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미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한반도 유사시 미 전술핵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미가 핵사용 작전계획 수립과 훈련을 함께 해야 한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체제를 본뜬 한국식 핵공유도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미 전술핵을 평시에는 괌 등에 미리 배치했다가 유사시 작전계획에 따라 자동으로 3~4시간 만에 한국에 공수해오는 것이다. 그런 뒤 한·미 스텔스 전투기 F-35A에 장착해 북한을 타격하는 방법이다.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북 핵·미사일 상쇄
한국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에 의한 상쇄전략은 우리의 의지로 가능하다. 우선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초정밀 미사일 다량 확보다. 한국군은 이미 오차범위 1.2m 수준인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군의 모든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발사대 보관시설, 액체연료 주입시설, 미사일 발사 장소, 핵탄두 보관 의심시설 등이다. 우리 군이 다량의 초정밀 미사일로 개전 초기에 한꺼번에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 핵·미사일을 실시간에 정밀 타격하기 위해선 우리 군의 정찰·감시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4.25 정찰위성 사업에 더하여 초소형 위성사업을 확대해 신속하게 추진하면 20여분마다 북한 상공을 정찰할 수 있다. 킬체인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타격할 수 있다.
그래도 생존해 우리에게 날아오는 일부 북한 미사일은 요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군의 중고도 미사일방어체계 L-SAM, 저고도 방어체계 M-SAM과 패트리엇을 모두 연동시켜야 한다. 또 최근 진수한 정조대왕함급 이지스함에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SM-3을 장착해 더 높은 고도에서 한 번 더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미사일방어체계도 실시간 연동해야 방어효과를 높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보복 능력도 효과적인 전쟁억제 수단이다. 괴물 미사일인 현무-5를 활용해 북한 전쟁지도부 벙커를 파괴하고, 극소형 곤충형 로봇으로 북한 전쟁지도부 핵심 요원을 제거하는 방안도 있다. 한·미 특수부대와 F-35A 등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도 북한이 겁내는 응징보복력이다.

한국 핵무장하려면 최소 시간에 추진해야
이론적으론 북핵을 상쇄할 최후 수단은 한국의 핵무장이다. 사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미국이 북한의 ICBM에 맞을 부담도 적다. 북한의 핵전략은 이미 통제수준을 넘어섰고,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만 수용한다면 핵무장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땐 신속한 실행과 한·미 간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핵무장을 위해 정부의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핵개발 과정에서 NPT 일시 탈퇴 등 외교적 절차와 국내 행정조치, 핵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시설, 자원의 확인 등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그 정권을 반드시 소멸시킬 수 있는 우리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리의 일부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국방부도 관성적인 전력증강을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상쇄전략(offset strategy)=적의 핵심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혁신과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군사력 우위를 달성하는 전략
☞NATO식 핵공유=서유럽에 대한 러시아 위협에 대비해 미국이 NATO의 5개국 공군기지에 전술핵폭탄을 배치했다가 유사시 전투기에 장착해 대응하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