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병은 현대전의 신"…美 1일 30발→300발 쏘니 중공군 퇴각 [Focus 인사이드]

“포병은 현대전의 신이다.”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전장에서 전체 사상자의 약 60%가 적 포병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전선이 고착되면 포병 화력에 대한 의존성은 더욱 증대할 수밖에 없다.

 

미국 팬실베니아주 스크랜튼 미 육군 탄약 공장에서 생산된 M795 155㎜ 포탄이 쌓여있는 모습. AP=연합

미국 팬실베니아주 스크랜튼 미 육군 탄약 공장에서 생산된 M795 155㎜ 포탄이 쌓여있는 모습. AP=연합

 
이런 상황에서 포병 탄약의 가용 여부는 사상자 발생 규모와 전장의 주도권 장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포병 화력은 적의 병력뿐만 아니라, 포병 자체를 파괴하는 역할(대 화력전)도 하기 때문이다. 6ㆍ25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이와 관련된 실상을 알아보고자 한다.

 ‘밴 플리트 일일 사격’으로 막아낸 중공군 공세

 
1951년 4월 14일, 유엔군 사령관으로 영전한 매슈 리지웨이 대장 후임으로 밴 플리트 중장이 8군사령관으로 부임했다. 4월 22일, 중공군 춘계 1차 공세가 시작했다. 그는 서울로 향한 공세를 막아내면서 포병 화력의 효과를 확인했다.

6ㆍ25 전쟁 때 포탄을 발사하고 남은 탄피를 야적장에 하역하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6ㆍ25 전쟁 때 포탄을 발사하고 남은 탄피를 야적장에 하역하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그해 5월, 중공군의 새로운 공세 징후가 식별됐다. 그는 1일 1문당 포병사격의 최대발수를 파격적으로 높였다. 당시 미국 본토에서 수송되는 포탄의 양(1일 1문 기준)은 105㎜ 곡사포 30발, 155㎜ 곡사포는 20발이었다. 밴 플리트는 적의 공세기간 1일 1문당 105㎜ 곡사포 300발, 155㎜ 곡사포 250발까지 사격도록 허용했다. 이는 1일 보급량 기준의 10배, 기존 사격발수 대비 5배(일명, Van Fleet Day of Fire)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물량이었다.


 그해 5월 16일, 공세를 시작한 중공군은 일부 돌파구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엔군의 강력한 포병 화력에 사상자가 누적되면서 공세 종말점에 도달했고, 심각한 전투력 손실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 10군단을 지원하는 포병은 5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30만발 이상을 사격했을 정도였다.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 지상군 전체 포병이 2개월 동안 사격하는 포탄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물량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의회에서 “포탄 사용량이 과도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밴 플리트는 “한국에 투입된 미군 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보다 포병 문수가 적기 때문에 1일 1문당 사격발수를 높여야 한다. 특히,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에는 미국 본토에 2차 대전의 재고 포탄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생산과 보급에 문제가 없었다. 단지, 경제성 측면에서 적정 사용량이 논란이 됐을 뿐이다.

탄약의 생산능력이 문제인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4월 8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제59기계화여단이 하루 평균 20∼30발의 포탄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탄약 재고 때문에 1∼2발을 겨우 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발견한 적이 2∼3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에는 포병 탄약을 쓰지 않고, 10∼15명 정도가 되어야 사용한다”는 포병대대장 인터뷰도 게재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이 포병 탄약의 부족으로 작전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바흐무트 주변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바흐무트 주변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로이터=연합

 
19일 기준, 미국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155㎜ 포탄의 수량은 150만발이다. 유럽 국가들도 35만발을 지원했고, 12개월 동안 100만발을 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합치면 250만발이다. AP 통신이 분석한 우크라이나군의 155㎜ 포탄 소모량은 1일 3000발이다. 14개월 동안 130만발을 사용했고, 앞으로 지원을 받아서 사용할 물량이 120만발로 추정된다.

문제는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생산 속도다. CSIS는 미국의 연간 생산능력을 전쟁 이전 9만 3000발, 전쟁 이후 24만발로 분석한 바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야 할 물량을 50만발로 가정할 경우, 생산에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 장관은 의회에서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연간 90만발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증산을 위한 생산라인 준비에 1∼2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추가 지원하는 100만발은 각국의 재고에서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공동구매를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공동구매는 유럽 방산 업체에게 조달 참여 우선권이 있다. 하지만, 생산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이 추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범 서방진영의 협조된 노력이 불가피하다.

미래 전장에서도 포병 화력은 핵심적인 역할

 
1991년의 걸프전쟁,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전쟁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특히, 정보화 전쟁의 전장인식ㆍ네트워크ㆍ정밀타격 능력이 재래식 탄약의 소요량을 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화 기술은 재래식 탄약의 효과를 늘리고, 포병 화력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 더욱 많은 포병탄약을 필요로 하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폴란드가 한국에서 수입한 K9 자주포. 로이터=연합

폴란드가 한국에서 수입한 K9 자주포. 로이터=연합

 
또한, 미국처럼 전투기 수천 대, 폭격기 수백 대를 운용하는 국가가 아니라면, 지상군 전술제대가 필요로 하는 화력의 대부분을 공중으로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으로부터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폴란드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 겸 부총리의 말이 현실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포병 화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쟁의 장기화도 주목해야 한다. 누구나 단기 전쟁을 희망하지만,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진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 과정에서 누적하는 희생과 복합적으로 얽히는 국제정세가 전쟁의 종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