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ㆍ미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장억제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미는 북한 핵ㆍ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내 미 핵전력 배치ㆍ운용 현황 등으로 정보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위기 시 협의를 포함한 협의 체계, 한미 공동 기획과 실행 등 분야별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한ㆍ미 맞춤형 억제전략(TDS)’도 올해 안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 수단운용연습(TTX)’을 실시했고,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 빈도와 강도도 확대하고 있다.
확장억제의 주 대상은 잠재적 적국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한ㆍ미의 확장억제 노력을 지켜보며, 북한 위협에 대해 미국이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이른바 ‘동맹보장’을 가늠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면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국민은 1961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미국 케네디 대통령에게 했던 같은 질문을 자문해 볼 것이다.
2013년 미국 공군의 국가안보연구소는 ‘확장억제와 동맹보장’이란 논문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동맹국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동맹보장이 충분히 관리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노력을 어렵게 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원하는 국제 평화와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확장억제 노력에 더해 동맹보장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국민은 북한의 핵 능력 개발과 미사일 발사 장면, 북한이 군사력을 총결집한 듯한 열병식, 김정은의 공격적인 발언 등을 일상적으로 접한다. 이러한 보도는 대부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화면을 동반한다. 국민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수년간 지켜보고 있지만, 이에 비해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북한 도발의 내용과 대남, 대미 협박 발언은 더 새롭고 자극적이다.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수가 100여 발에 이를 수 있다는 아산정책연구소와 미 랜드 연구소의 보고서도 있었다.
지난 1월 30일 국민 4명 중 3명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미국의 핵우산 신뢰성은 48.7%였다. 미국으로서는 ‘동맹보장’을 관리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동맹보장의 성격이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 같으며 북한의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의심하는 국민에게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확장억제와 동맹보장은 상호 작용하며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확장억제가 억제에 실패하면 동맹보장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확장억제의 강한 영향력으로 북한이 도발을 멈추면 이는 최고의 동맹보장이 될 것이다. 다만 한ㆍ미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북한 반응 등을 보았을 때 북한이 도발을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억제는 인지적(cognitive) 게임이다. 억제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방자의 의지와 능력에 더해 잠재적 적국이 이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계산 착오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정교한 기술도 필요하다. 워싱턴 선언으로 새롭게 탄생 된 핵협의그룹(NCG)이 사실상 핵 공유를 협의할 협의체인지, 핵 공유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앞으로 정교하고 중요한 대북 억제를 어떻게 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한 차원 높은 동맹보장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대국민 설득 및 소통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안보 상황은 늘 변화한다. 그래서 북핵 능력 고도화 정도에 따라 핵 협의 그룹에서는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나 전술핵 재배치에 등에 관한 논의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