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주요 전장이 될 메가시티
하지만, 새롭게 부각되는 전쟁 개념 가운데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도 있는데, 바로 메가시티 작전이다. 메가시티란 사전적 의미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초거대 도시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도시 집중이 강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메가시티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38개인 메가시티는 2050년에는 그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되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메가시티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메가시티에서의 군사 작전은 기존 도심지 작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1000만 명 이상의 인구와 이들의 활동과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규모의 인공구조물과 기반 시설이 광범위한 지역에 복잡하게 형성되어 작전의 제한요소로 작용한다. 이 밖에도 완벽한 봉쇄의 어려움으로 인한 적 침투 가능성, 도시에 남은 이들에 대한 통제의 어려움, 소셜미디어(SNS)로 인한 군사 작전의 노출과 적의 심리전 및 여론전 가능성 등 다양한 제한 요소가 있다.
메가시티는 현대적인 군의 장점이 활용되기 어려운 곳이다. 도시 내부에서는 야전 작전처럼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가 기동하기 어렵다. 수많은 건물과 거리는 전력의 분산을 강요한다. 수직으로 올라간 높은 건물은 내부 파악이 중요하지만,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완전한 포위가 어렵기 때문에 적의 침투가 용이하고, 민간인 사이에 숨어들어 피아 구분이 어려워진다. 침투한 적들은 건물ㆍ거리ㆍ지하공간 등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들을 찾고, 타격하기 위해 항공 자산을 동원해도 건물 숲이 방해된다. 저렴한 상업용 드론을 활용하여 아군에게 피해를 강요할 수도 있다.
10년 전부터 준비한 미국
미국은 이라크 전쟁 동안 게릴라를 상대로 도시지역 작전을 수행하면서 많은 아군과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9월, 제38대 미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 레이먼드 오디에르노 장군과 그 후임으로 2015년 8월 임명된 마크 밀리 장군은 메가시티가 주요 전장이 될 것임을 예상하고 메가시티 작전을 위한 연구를 했고, 미래의 주요 전장으로 인식하게 이르렀다.
2016년, 미 육군 교육사령부가 주최한 제2회 메드사이언티스트 컨퍼런스에서 민ㆍ관ㆍ군ㆍ산ㆍ학ㆍ연의 전문가들은 메가시티 작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공통으로 미 육군이 메가시티의 도전요소를 극복하려면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8년 7월 1일 창설된 미 육군의 미래사령부도 메가시티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 육군은 여러 영역에서 유ㆍ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하고, 인공지능이 정보를 분석한 후 최선의 방법을 권고하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육군의 메가시티 작전 준비
우리나라에서는 후방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육군 제2 작전사령부(이하 2작사)가 한국형 메가시티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2작사는 올해 1월 18일 제1회 합동 후방지역 전투수행 발전 세미나를 개최했고, 5월 23일 제2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5월 세미나는 2작사와 경북대학교가 공동으로 주관했고, 국방부ㆍ방위사업청ㆍ합동참모본부ㆍ육군본부 등 군과 산업통상자원부ㆍ행정안전부 등 관, 그리고 기업ㆍ학계 등에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높은 도시화와 높은 인구 밀도를 지닌 서울과 수도권이 있음에도 인접한 북한과의 대규모 전면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원거리 자폭무인기, 사이버 및 전자전, 특수전 부대에 의한 드론 공격, 무인수상정을 이용한 해상 공격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후방지역에 대한 위협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의 인구도 약 943만으로 사전적 의미의 메가시티는 아직 없지만, 인근에 다른 도시들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합치면 메가시티가 된다. 수도권 외에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권역별 발전 전략에 따라 대전ㆍ세종ㆍ충북ㆍ충남권, 대구ㆍ경북권, 광주ㆍ전남권, 그리고 부산ㆍ울산ㆍ경남권의 4대 권역도 넓은 의미로 메가시티로 볼 수 있다.
2작사가 주최하는 세미나는 새로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민ㆍ관ㆍ군이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회 세미나는 1부 결전태세 확립을 위한 작전사 전투발전 필요성, 2부 메가시티 환경 하 도시지역작전 발전 방향이 각각 발표됐다. 2회 세미나는 메가시티 유ㆍ무인 복합전투체계 작전수행 발전 방향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경북대 글로벌플라자 효석홀에서 열린 2회 세미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방향을 가시화하는 등 메가시티 환경에서 도시지역 작전 수행 방안을 구체화하고, 2작전사의 합동후방지역 미래 작전수행개념과 산ㆍ학ㆍ연의 첨단과학기술 간 융합을 통한 혁신을 창출하고자 마련됐다.
2작사의 메가시티 작전 세미나는 상용 드론에 의한 테러 위협이 높아지면서, 정부 각 부처와 군이 대드론 작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ㆍ관ㆍ군이 각자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높은 수준의 통합 방위태세를 구축하기 위한 기회가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2작사는 세미나 외에도 도심지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드론봇 체계를 홍보하기 위해,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제1회 제2작전사령관배 드론봇 전투경연대회를 개최했다. 경연대회는 드론 축구와 레이싱, 챌린지 등이 열렸고, 20여 개의 방산기업의 수송 드론, 소총 조준사격 드론 등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전시와 다양한 체험활동도 마련되었다.
2작사에서 시작된 메가시티 작전 준비는 새로운 위협에 대해 준비하는 시작 단계다. 하지만, 앞으로 법적인 문제, 작전 교리의 마련, 장비 도입과 훈련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 도심지 작전은 민간의 협조가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통합 방위작전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되어버린 민방위 훈련을 실질적인 훈련으로 되살리고, 충분한 대민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므로 군의 노력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전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