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감사는 2018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약 5년간 남북기금으로 추진된 사업의 적정성과 기금 집행 과정 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금 운용 부적정 등 15건을 적발했으며 대부분 박원순 시장 때 추진한 사업에 집중됐다.

서울시가 2019년 12월 8일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순신 장군 유적 발굴 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추정지역 위치도. 사진 서울시
이순신 유적 발굴 사업 ‘허탕’
하지만 사업 제안 때 명시한 조사 지역이 아닌 ‘골라산’이란 곳에서 3년간 발굴했다. 당초 제안한 곳에서 12㎞가량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유적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기금 9억9700만원을 낭비한 꼴이 됐다.
이 사업은 심의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기금을 받기 위해선 우선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거꾸로 A법인과 서울시 사이에 예산 지원 협약부터 체결했다. 선(先) 협약, 후(後) 심의가 이뤄지다 보니 조사비용 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마저도 서면 심의 등 형식을 갖추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게 감사위 판단이다. 매년 엉뚱한 곳을 파는데도 시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감사위는 “사업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조사가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가 2019년 12월 8일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순신 장군 유적 발굴 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러시아 측 조사단의 사전조사 모습. 사진 서울시
전임 시장 지시에 거꾸로 심의
해당 사업엔 남북기금 7억원 정도가 배정됐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실제 행사가 열리지는 않았다. 기금은 ‘불용’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2020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행사가 취소됐음을 알리는 서울시 문서. 사진 서울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 캡처
공정성 의심…관리·감독도 부실
특히 2018~2022년까지 5년간 공모를 거치지 않은 일반사업 방식으로 58개 사업, 40개 단체에 102억원이 집행됐다. 이 돈 가운데 절반 정도는 특정 5개 단체에 몰렸다. 이 때문에 감사위가 기금 운용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남북교류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7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29차례가 서면으로 지원 여부가 결정됐다. 단순히 O, X만을 묻는 심의도 있었다.
관리·감독 역시 제대로 안 됐다. 2019년 동북아 국제친선 탁구대회 땐 민간사업자와 시가 업무협약을 맺기 바로 하루 전 설립한 대행업체가 행사 준비 등을 맡는다며 1억4600만원을 받았다. 이 업체는 탁구대회가 끝난 이후 폐업했다. 감사위는 “(폐업으로) 실제 견적서대로 썼는지 확인이 불가하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청 청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