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병비 부담 던다는 '간호간병병동'…중증환자는 13%뿐

지난 8일 분당서울대병원 65병동, 갑상선 양쪽에 종양이 있어 제거 수술을 받고 막 병실로 올라 온 환자에게 최준영 외과 교수가 다가가 수술 결과를 설명했다. 

“목소리 잘 나오시고, 경과가 좋습니다. (종양이) 꽤 크더라고요. 왼쪽은 계란 하나만큼 컸어요. 암일 확률은 20~30%인데, 뭐가 됐든지 조직 검사하면서 치료는 다 끝났습니다.” 

최 교수 설명이 끝나자 간호사 3명이 붙어 환자에게 수액 주사를 투여하고 산소 호흡을 돕고 배액관을 짜는 등의 처치를 했다. 김예진 간호사는 “수술하고 온 환자는 통증 관리를 하고 배액관, 수술 부위 등이 괜찮은지 욕창이 생기는지 잘 봐야 한다”라며 “혈압을 재면서 환자가 안정적인지 확인해야 하고 여러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병동은 보호자, 간병인이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지원 인력 등이 한 팀을 꾸려 환자를 24시간 돌본다. 65병동은 외과 병동이라 갑상선, 유방, 담낭암 등으로 수술받은 환자가 많이 입원하는데 병실마다 담당 간호사가 1명씩 있어 환자 5명을 돌본다. 남정희 수간호사는 “일반 외과 수술 환자가 대부분이라 수술 전후 간호에선 중증도가 있는 편”이리며“환자가 수술 후 튜브를 여러 개 가져오는데 2개 이상이면 그만큼 관리해야 해 간호 중증도가 올라간다. 투약도 세 차례 이상 하면 할수록 중증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8일 오후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간호사들이 갑상선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혼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8일 오후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간호사들이 갑상선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혼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병동을 포함해 총 4개 병동(180병상)을 이렇게 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운영한다. 최준영 교수는 “간병인 구하기 힘든데 안 구해도 되고 전문 의료인들이 잘 도와주니 안심하고 환자를 맡길 수 있어 호응이 크다”라며 “칭찬카드, 피드백 등을 받아보면 이 병동에서 제일 많다. 환자들이 ‘친절했다’ ‘힘들 때 옆에 있어 줬다’라고 한다”고 했다. 


간호간병서비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은 적으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 분당서울대병원 사례와 달리 대부분 병원에선 간호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에게 이런 서비스가 집중돼 사업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간호간병통합 병동을 운영하는 611곳의 서비스 병동 내 중증도·간호 필요도가 상위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은 12.9%로 집계됐다. 종별로 나눠보면 종합병원급 이상에선 16.5%, 병원급에서 9.1%에 불과했다. 이 기간 통합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입원 일수는 9일로 나타났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간호사들이 간호 행위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8일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간호사들이 간호 행위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중증도·간호 필요도는환자에게 간호활동이 어느 만큼 이뤄지느냐,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 등에 따라 0~2점으로 매겨진다. 간호활동이 1점 이상이면서 일상생활수행능력이 2점 이상이거나 간호활동이 3점 이상이면 상위 환자군에 해당한다. 

가령 정맥 내 투약을 하루 6회 이상하거나 배액관을 2개 이상 보유하면 간호활동 1점에 해당한다. 여기에 체위변경, 식사섭취, 배변·배뇨, 침상 밖 이동 등에서 전부 도움이 필요한 환자라면 일상생활 수행능력에서 2점이 나와 상위 환자군에 속한다. 이종성 의원은 “지난해 기준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지급된 가산수가 급여비 총액은 5382억 원에 달한다”라며 “그러나 간호간병통합병동이 도입 취지와는 달리 간호 필요도가 높은 중증 환자는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 지침에도 중증도, 질병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보니 인력 문제 등을 겪는 일선 병원에서 상대적으로 간호 중증도가 덜한 환자를 받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 병동에서 간호사가 수술한 암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8일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 병동에서 간호사가 수술한 암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현장에선 인력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병원 간호간병 통합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보호자 없이 간호사 등이 오롯이 환자를 담당해야 하는데 석션(가래흡입), 체위변경 등 필요한 처치가 많은 중환자가 많고 동시에 수술 환자까지 있다면 부담감이 크다. 이는 결국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인력, 비용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원 기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중증도를 반영하고, 이를 근거로 간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성 의원은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며 “환자 중증도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 지침에 반영하고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달리 지급해야 한다. 간호인력을 확충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중증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