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대출 사라지나…50년 만기 퇴출, 40년도 축소 될 듯

보다 쉬운 내 집 마련을 위해 도입했던, 초장기 대출이 시장에서 퇴출 내지 축소 수순을 밟는다. 금융당국이 이들 대출 상품을 ‘과잉대출’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제한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유지한다더니…주요 은행 관련 상품 폐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DSR) 산정에 50년 만기를 적용하는 대출 상품 취급을 사실상 모두 중단했다. 앞서 13일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들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가지고 초장기 대출 상품의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상환 능력이 있다고 인정된다면, DSR 산정에 50년 만기를 적용해도 된다”면서도 “(대출 상환 능력 판단은) 50년 만기를 취급하는 정책모기지 기준을 참고해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는 50년 대출을 연령(만 34세 이하)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이 연령제한 등의 요건을 갖추면, 예외적으로 50년 산정 만기를 적용한 상품을 운용할 수 있을 거란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금융당국 발표와 달리 은행권은 관련 상품을 전면 퇴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발표에 앞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폐지한 NH농협은행과 하나·기업은행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재출시 계획이 현재로써는 없다고 했다. 해당 은행의 관계자는 “금융위 발표 내용을 좀 더 검토해 봐야겠지만, 이미 관련 상품 취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재출시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50년 만기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있던 은행들도 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연령 제한(만 34세 이하)을 두고 있었지만, 금융위 발표 직후 DSR 산정 만기까지 40년으로 낮췄다. 연령 제한 없이 50년 만기 대출상품을 운용하던 우리은행도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했다. 관련 대책 발표 전에 이미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낮췄던 KB국민은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40년 만기도 축소…퇴직 시점·연금까지 고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사실상 50년 산정 만기를 적용 상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확한 지침 없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50년 산정 만기를 적용할지 평가하라고 하면 어느 은행이 용감하게 그렇게 하겠냐”면서 “알아서 대출해주지 말라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 상황에 따라 50년 만기뿐 아니라 40년 만기 대출도 사실상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13일 금융위는 향후 대출 상품의 만기를 미래소득 흐름에 맞춰서 설정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설명에 따르면 앞으로 초장기 대출을 내어줄 때는 직업별 은퇴 시점과 퇴직 후 연금 소득까지 고려해야 한다. 직장을 관두고 난 이후에도 대출을 상환할 가능성이 높은 40년 이상 초장기 대출은 은퇴 후 소득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도입하라 한 적 없다”vs“정부 따라 한 것”

정부가 정책모기지를 통해서 처음 도입했던 초장기 대출이 흐지부지되면서, 책임 공방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해 정책모기지를 통해 예외적으로 관련 상품을 도입했을 뿐, 민간에게 도입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은행권들이 해당 상품으로 과도한 대출을 내줘 이를 바로 잡았다며, 책임을 은행으로 돌렸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모기지에 관련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우리도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정책모기지에 없는 상품을 우리가 어떻게 먼저 출시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