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23년째 ‘1인당 5000만원’에 묶인 국내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1일 금융위원회는 예금자보호제도 정비를 위해 운영해 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최종 회의를 연다.
TF 연구 용역 결과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로,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 TF 연구 용역을 담당한 민간 전문가, 은행·저축은행·보험 등 업권별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다.
TF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예금자보호한도와 관련해 ▶보호한도 5000만원으로 현행 유지 ▶단계적 한도 상향(7000만원→1억원) ▶일부 예금 별도 한도 적용 등의 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정부는 ‘현행 유지’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금융권 건전성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한도를 높였다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금융권 예금보험료 인상 부담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는 점,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도 상향의 실익이 일부 ‘현금 부자’에게만 국한된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가운데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이 전체의 98%를 넘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보호한도 상향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한도가 오를 때 예금자가 금융기관의 건전성보다는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달 말 회의에서 ‘정부안’이 하나로 확정되는 건 아니다. 금융당국은 TF 회의에서 청취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과 예금자들 사이에서는 2001년부터 유지돼 온 보호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 논의가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작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 비율은 1.2배로, 영국(2.3배)과 일본(2.3배), 미국(3.3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인 것과 달리 국내가 5000만원을 유지해온 것은 경제 규모나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