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대규모 불법 집회·시위 시 예상되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심야시간대 평온을 보장할 수 있도록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간 집회를 폭넓게 금지한 탓에 위헌 판단을 받은 현행 집시법 10조를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0년 6월 대표 발의한 상태다.
자정에서 오전 6시로 집회 금지시간을 한정한 이 방안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2014년 3월 집시법 10조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밤 12시(오전 0시) 이후의 시위는 국민의 주거나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 현황,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정까지 집회·시위를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이같은 판단을 반영해 도출된 게 이번에 추진하는 안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날 경찰청이 발표한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에는 ▲제한통고 위반 시 처벌 규정 신설 ▲소음 기준 강화 ▲옥외광고물 설치 집회 시간으로 한정 ▲집회·시위 신고 시 도로관리청에 통보 ▲질서유지선 침범 시 처벌수위 상향 등의 방안도 담겼다. 이 방안들은 모두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경찰청은 “가급적 올해 안으로 의원 입법을 통해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현장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무엇보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 제한·금지 통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 밖에 불법 집회가 우려 될 때 사전에 형사팀을 배치하고 수사 전담반을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드론 채증을 도입한다는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심야시간 집회·시위 전면 금지안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미 7월 19일 정부의 야간집회 금지 방침에 대해 묻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어떤 경우에도 심야 집회·시위의 전면 금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모든 심야 집회·시위가 항상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거나 폭력화될 것으로 명백히 예견되는 건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집시법 개정안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판단이 자정 이후 집회에 비판적이라고 해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오전 0시 이후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입법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심야 집회·시위에 따른 국민 피해를 막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자정 이후의 국민 평온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방안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법안 추진 과정에서 비판 등을 고려해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