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뇌과학』은 어떤 책인가
저자 제니퍼 헤이스는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뇌과학자입니다. 맥마스터대학 운동학과 부교수죠. 대학원생 때 강박 장애가 생겼는데 결혼과 출산 후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일을 고민하던 중 체력을 기르기로 결심했고요. 철인3종 경기를 준비하고, 완주하면서 병은 잦아들었어요. 운동의 효과에 대해 눈 뜬 저자는 ‘뉴로핏 연구소’를 설립한 뒤 ‘몸을 움직여 정신 건강을 회복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을 찾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운동과 뇌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보다는 인생을 헤쳐나가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숨쉬기 힘든 순간들로 가득했는데요.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뭔가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 뭔가가 바로 운동인데요. 그 덕에 저자는 ‘숨을 깊이 내쉬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운동을 하면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집중력이 올라가고, 인간관계도 개선된다고 강조해요. 그리고 당부합니다. ‘운동의 치유력을 실감하려면 실제로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요. 운동이 삶을 바꾸는 과정을 신경과학적으로 파헤친 이 책을 읽다 보면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겁니다.
뇌는 운동을 왜 싫어할까
누구나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모두가 운동을 하는 건 아닙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운동이 힘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의지가 부족해서 그럴까요. 저자는 뇌에 주목합니다. 뇌 때문에 우리가 운동을 망설인다는 거죠. 실제로 뇌는 현 상태로 머물기를 원해요. ‘뇌는 항상성을 유지함으로써 몸을 지키고자 분투’하거든요.
저자는 '운동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뇌가 움찔한다'고 설명해요. 그 이유는 바로 뇌가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뇌는 자발적 운동을 불필요한 지출로 생각합니다. 뇌는 당신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만 운동하기를 원해요. 변연계(대뇌 피질과 간뇌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 부위로 감정, 행동, 동기부여, 기억 등의 기능을 담당함)는 우리가 취하는 행동을 최적화하는데요. 게으름을 관장하는 것도 바로 변연계죠. 운동을 반대하는 뇌는 놀라울 정도로 끈질기다고 합니다.
다행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강하게 느껴지면 운동을 할 수도 있어요. 인간의 두뇌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달해 합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은 ‘논리적’인데요. 전전두피질은 ‘이성에 뿌리를 두고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게으름을 무시할 수 있다’고 해요. 단 전전두피질이 작동하려면 운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달력에 운동 시간을 적어 놓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실제로 한 연구는 간단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우리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쓴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저자는 운동의 필요성을 다채로운 관점에서 설명하는데요. 하나씩 살펴볼게요.
①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운동하라
많은 사람이 불안을 싫어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불안 그 자체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농담이 아니다. 불안 민감성으로 인한 것이다. (중략) 운동은 불안 민감성을 훌륭하게 완화하는, 노출 치료 기법의 한 종류다. p. 64~65.
일부 사람들은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불안의 종류는 다양해요. ‘일상적인 일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나치게 걱정’하는 범불안 장애가 있고요. 공황발작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갑자기 극심한 공포가 몰려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것을 말하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면밀히 조사할까 봐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사회불안 장애도 불안의 한 종류입니다.
불안은 정신은 물론 신체까지 망가뜨립니다. 공포에 휩싸여 아드레날린이 뇌의 곳곳에 스며들면, 모든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죠. 자세히 살펴볼까요. 뇌는 두려움에 약한데요. 불안해하는 원인은 편도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걱정이 생기면 편도체는 시상하부에 이 내용을 보고하는데요.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고, 위협을 알릴 수 있을 정도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수치를 높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죠.
저자의 연구소는 운동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추는 방법을 탐색했는데요. ‘일주일에 세 번, 약함에서 중간 강도로 30분 동안 운동하면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실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운동한 후에 불안 수치가 낮아졌고 안정감을 갖게 됐대요. 불안 장애 증세뿐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안까지 줄어들었죠. 실험에서는 에어로빅, 근력 운동, 요가, 태극권 같은 운동이 불안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② 우울에서 벗어나려면 운동하라
운동과 항우울제,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가 좋을까? 기술적으로는 무승부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하지만 때론 운동이 승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항우울제에 내성이 있는 사람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는 항우울제보다 운동이 효과적인 것이다. p. 105.
우울하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약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심장 질환자들이 우울증을 함께 앓는 경우 항우울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런 환자들은 ‘운동’을 하면 나아진다고 하네요. 한 연구에서 심한 우울증 환자 중 항우울제에 반응이 없는 이들에게 12주 동안 고빈도, 저빈도 운동을 하게 했는데요. ‘운동의 효과는 약물에 내성이 없는 사람이 항우울제에서 얻는 정도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는 성인 1,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소개했는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모두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했을 때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고요. 운동 강도에 따른 차이는 없었지만 운동 시간을 10분만 늘려도 효과가 높아졌다네요. 일주일에 두세 번 근력 운동을 했을 때 운동 강도를 10%만 높여도 항우울 효과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③ 늙기 싫으면 운동하라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두 가지 요인은 유전자와 생활습관입니다. 노화가 빨리 오는 유전자를 물려받을 수는 있는데요. 그렇다고 운명이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보다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생활습관은 무척 중요해요. 저자의 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건강한 유전자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노인 1,6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신체 활동을 적게 하는 사람의 치매 발병률이 유전적 원인이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치매 유전자’뿐 아니라 ‘활동량 부족’이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인데요. 연구 결과를 보고 걱정된다면 생활 습관을 바꾸면 됩니다.
치매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이 치매에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치매 발생 요인 중 30%가 정적인 생활 습관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장시간에 앉아 있어야 할 때 잠깐이라도 일어서면 신체가 동면 모드에 돌입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루 1시간 이상 열심히 걷는 사람은 8시간 이상 앉아 있어도 비교적 치매에서 벗어난다고 하네요.
④ 꿀잠 자려면 운동하라
여러분들은 얼마나 잠을 자나요. 미국 수면재단은 나이에 따른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을 정해놓았는데요. 6~13세는 하루 9~11시간, 14~17세는 하루 8~10시간, 18~64세는 하루 7~9시간, 65세 이상은 하루 7~8시간을 자야 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대인 세 명 중 한 명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정신질환은 물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데요. 일단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수면 부족은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는데요. 결과적으로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10대는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간 연결망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수면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더 많이 겪을 수 있어요. 실제로 수면 문제를 겪는 10대가 사춘기 이후 자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밤에 숙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낮에 운동하면 된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잠자기 1시간 전에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23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잠들기 4시간 전에 한 운동이 수면을 돕는다’고 합니다. 낮에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아데노신이 많이 쌓여서 밤에 잘 잘 수 있게 하죠. 아데노신은 뇌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인데요.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 계속 높아진다고 해요.
더, 마음 읽기 가이드
『운동의 뇌과학』은 건조한 문체로 연구성과만 나열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 제니퍼 헤이스는 보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공감의 폭을 활짝 열어놓는데요. 학창시절에 직접 경험한 불안 장애는 물론 이혼 전후 느낀 우울감을 드러내죠. 그 과정을 이겨낸 과정도 공개하고요.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의학 서적이 아닌 자기계발서’라고 썼는지도 모릅니다. 그 덕에 우리는 전문적인 내용이 가득한 글을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진짜 운동을 하게 돕는다’는 점일 겁니다. 운동 난이도나 신체 상태에 따라 구체적인 운동 방법도 제시하는데요. 책을 읽으면 당장 달력에 운동 계획을 세우고, 운동장을 달리고 싶어질만큼 동기부여가 됩니다. 저자는 친구 1명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보라고 권하는데요.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무엇이든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이 문장이 여러분을 이 책과 운동으로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운동은 몸을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시련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선물한다. (중략) 이제 당신 차례다. 어떤 운동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움직인다는 사실 그 자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 당신을 구원할 것이다. p. 252.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