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Win’에서 ‘One-Plus’로
어느 정도의 군사력이 적절한가? 이는 모든 국가의 고민이다. 패권국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폴 케네디(Paul Michael Kennedy)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에서 ‘군사력의 과도한 팽창’을 강대국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도 이러한 ‘강대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군사력 건설의 적정 규모를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차원에서 고민해왔던 것이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나면서 소련을 상대로 하는 핵전쟁 위험이 사라졌다. 미. 국방부는 “2개 전쟁(중동·동북아시아)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일명, ‘Win-Win’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력·장비·수송수단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방예산이 격감하면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이후 제기된 ‘Win-Hold-Win’, ‘Win-Plus’는 이런 이상과 현실의 격차로 발생한 논쟁이었다. 전자는 중요도가 낮은 1개 전쟁에서 방어만 하다가 군사력을 전환해 승리하는 것이고, 후자는 잔여 1개 전쟁에서 현상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2012년, 오바마 정부는 ‘One-Plus’를 제시해 논쟁을 종식했다. “1개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른 1개 전쟁은 억제한다”는 의미였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장기간 전쟁과 금융위기로 약해진 미국의 경제,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One’은 특정 지역이 아닌 ‘중국’을 의미한다. 즉, 중국을 상대로 한 대규모 전면전쟁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바이든 정부도 동일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만 지원하고, 가지지구 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이 같은 국방전략에 기초한 것이다.
실제 전쟁수행 능력의 약화
2022년 10월 18일(현지 시간),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은 미국의 전쟁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기준은 주요 전략경쟁 대상국가(예를 들면 중국)와의 전면전쟁을 포함한 2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총괄적으로 기준 대비 “Weak: 약함”으로 평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격변하는 안보환경, 국방예산의 부족, 군사력 건설의 우선순위 설정 미흡 등을 제시했다. 분석 내용을 육·해·공군별로 핵심 위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육군이 필요한 부대 수는 50개 여단 전투단이다. 하지만, 31개 전투단만 현재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최상의 전투력을 보유한 여단은 25개로 한정된다. 특히,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축적한 안정화 작전 경험은 대등한 군사력을 보유한 강대국과의 전면전쟁에서는 효용성이 낮으며, 이마저도 전투 유경험자들이 전역함으로써 전투력 저하 현상이 우려된다. 따라서 육군의 전쟁수행 능력을 “Marginal: 보통”으로 평가했다.
해군은 전투함정 400척, 항공기 624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298척만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2037년 280척으로 감소할 것이다. 특히, 의회가 함정 건조에 필요한 예산과 인프라에 대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감소추세는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중국의 전투함정은 현재 370척, 2025년에는 400척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해군의 전쟁수행 능력을 “Weak: 약함.”으로 평가했다.
공군의 전쟁수행 능력은 더욱 심각해 “Very Weak: 매우 약함”으로 평가했다. 우선, 작전에 필요한 1200대의 항공기 중에서 약 1000대(86%)만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 항공기의 노후화가 진행하고 있다. 조종사 인력은 650명이 부족하며, 비행훈련 시간도 충분하지 못하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공군의 전쟁수행 능력이 ‘Marginal’에서 ‘Weak’를 거쳐, ‘Very Weak’로 지속 하락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강력한 국방력·전략적 사고·담대한 실행력이 필요
냉전 이후, 미국은 2개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한 적이 없다. 국방전략과 전쟁수행능력 평가보고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이 계속하고 있어 축적한 역량마저 일부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외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나 개입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냉전의 상대는 ‘소련’이었고, 미국은 유럽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중국’이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이 우선이다. 공화당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만약, 주장이 현실화한다면 유럽(독일·프랑스·영국 등)은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나토 31개 회원국에서 국방비가 GDP 2% 이상인 국가는 2022년 7개에서 지난해 11개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라트비아·세르비아가 징병제를 부활했으며, 독일·폴란드 등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헤리티지 재단의 보고서도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유럽 군대보다 규모와 능력 측면에서 뛰어나다. 전략경쟁에 동맹의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더는 한반도만을 별도로 고려할 여유가 없다.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경쟁자의 출현으로 흔들리고 있다. 양극 혹은 다극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특히,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감소되면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험난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국방력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담대한 실행력을 구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