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초의 ‘5위 결정전’ 타이브레이커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KT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2019년부터 함께하고 있는 ‘장수 외국인투수’ 쿠에바스의 역투를 앞세워 전례 없는 5위의 준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놓았다.
KT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4-0으로 물리쳤다.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쿠에바스였다. 선발투수로 나와 6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021년 KT 통합우승의 주역이기도 한 쿠에바스는 삼진 9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KT는 3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두산과 다시 만난다. 만약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최초로 5위가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가는 이변을 일으킨다. 2015년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지난해까지 모두 4위가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두산은 올해 15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곽빈이 1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진 점이 뼈아팠다. 곽빈은 올해 KT를 상대로 던진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로 호투해 1차전 선봉장으로 낙점됐지만, 구위 난조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차전을 내준 두산은 그러나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LG 트윈스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간다.
KT는 전날 5위 결정전에서 SSG 랜더스를 극적으로 물리치며 가을야구행 막차를 탔다. 경기 중반까지 1-3으로 밀렸지만, 8회 멜 로하스 주니어가 김광현을 상대로 역전 3점홈런을 터뜨려 4-3으로 이겼다.
역전극의 기세는 이날 경기 초반으로 계속 이어졌다. KT는 1회 선두타자 김민혁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5위 결정전의 영웅인 로하스가 좌전안타를 때려내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이어 장성우의 좌전 적시타를 시작으로 강백호와 오재일의 연속 우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3-0으로 앞서갔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선 배정대가 내야를 빠져나가는 중전안타를 기록해 4-0까지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재빠르게 공을 홈으로 송구해 2루 주자 오재일을 잡아내고 이닝을 끝냈다.
1회에만 4점을 내준 곽빈은 2회 선두타자 심우준에게도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곽빈을 내리고 조던 발라조빅을 투입했다. 일찌감치 몸을 풀던 발라조빅은 2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5회까지 4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 사이 KT 마운드는 쿠에바스가 굳게 지켰다. 쿠에바스는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2.87로 강한 면모를 뽐내왔다. 이날 역시 6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최고시속 150㎞의 직구(28개)와 140㎞ 안팎의 커터(45개), 130㎞대 슬라이더(26개)를 섞어 던지며 두산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압권은 6회였다. 1회에만 피안타 2개를 기록한 뒤 2회부터 5회까지 안타 1개도 내주지 않던 쿠에바스는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김재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았지만, 제러드 영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1사 1, 3루로 몰렸다. 이날 경기 최대 위기. 그러나 김재환을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한 뒤 양석환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불을 껐다.
위기를 넘긴 KT는 7회부터 김민~손동현~박영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가동해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4-0 승리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