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짐칸서 불, 소화기도 허사
머리 위 짐칸의 연기를 발견한 승무원들은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허사였다. 당시 비행기에 탔던 50대 여성 승객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짐칸) 문을 열었을 땐 이미 내부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길이 번져 있었다”고 말했다.
“급수 끊기면 끝” 판단, 폭발 없이 불 껐다
소방대 도착 3분 만인 오후 10시38분쯤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이시현 강서소방서장은 “용수 공급이 끊기면 끝이라고 판단했다. 펌프와 살수차 등 장비 68대, 인력 138명을 동원했고 꼬리 쪽엔 원격으로 조종되는 무인파괴방수탑차를, 조종석 쪽엔 신형 방수탑차를 집중 배치했다. 바람 탓에 기체 상부 쪽으로 불길이 빠르게 번졌지만, 다행히 1시간 만에 완전 진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만약 그 상황에서 항공유로 불이 옮겨 붙으면, 승객은 물론 소방관들도 다 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에 나선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부터 부산소방 공항센터(대원 31명·화재진압 장비 47종 137점)가 가동된 덕에 장비ㆍ인력이 빠르게 투입될 수 있었다고 한다. 진화 작전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도 힘을 보탰다.
사고 비행기는 본래 이날 오후 9시55분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이 20분 지연되며 주기장에서 대기하던 중 불이 났다. 이에 승객은 슬라이더와 에어매트 등을 이용해 탈출할 수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비행기가 예정대로 이륙해 공중에서 불이 났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내도 없었다” vs “승무원 분투”
승무원이 아닌 승객이 비상구를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탑승 승무원들의 현장 대처가 부적절했던 게 아니냐'는 여론이 커졌다. 승객들이 공개한 사진ㆍ영상엔 가방 등 기내 소지품을 챙겨 탈출한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로 인해 탈출 당시 기내 무질서가 더 심해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승무원들을 무작정 비난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가족 여행을 가려 이 여객기에 탔던 40대 여성 B씨는 “불길을 처음 발견한 승무원은 승객의 섣부른 접근을 막는 등 안전 대피에 애썼다.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던 건 승무원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B씨는 이어 “전날 에어부산과 통화 때도 ‘아픈 곳은 없느냐’고 먼저 묻는 등 사고 승객 안위를 계속 챙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감식을 두고 현재 소방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등이 논의하고 있다. 내부에 항공유가 남아 감식 안전성 등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고 이후 에어부산이 작성한 보고서엔 ‘항공기 좌석 28열 오버헤드 빈(머리 위 선반)에서 화재가 추정’이라는 내용의 승무원 진술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