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4~9일 수련병원별로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약 3500명을 모집한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19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정부가 공고한 모집 인원은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정원(3356명)보다 다소 늘었다. 서울대병원은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모집한다.
정원이 소폭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5.5대 5’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5.5대 4.5에서 5대 5로 바꾸려 했는데,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수도권 정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인턴의 경우 4일 함께 공고를 낸 뒤 의사 국가시험 이후인 내년 1월 선발 절차를 시작한다.
낮은 전공의 출근율이나 국시 지원을 고려할 때, 지원 가능한 인원이 많지 않다. 레지던트 1년 차는 인턴을 마치고 지원할 수 있는데, 현재 211개 수련병원 인턴 3068명 중 102명(3.3%)만 정상 출근하고 있다. 인턴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치러질 의사국가시험 필기시험 응시자는 304명으로, 올해 10분의 1 수준이어서 이들이 모두 합격해도 인턴 모집 정원엔 턱없이 모자란다.
내년 전역 예정인 공보의와 군의관들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4월 전역 예정인 공보의 506명 중 일반의 전역자가 348명이다. 군의관 전역 예정자 중에서도 일반의가 일부 포함돼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수련 대상자가 많지 않다. 정부가 기대하는 건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이다.
지난 2월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이번 레지던트 1년 차 모집과 곧이어 있을 2∼4년 차 모집에서 돌아올 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수련 지침에 따라 사직 후 1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기 때문에 1년 차로 새로 시작하거나, 사직서 수리 시점(지난 6월)에서 1년이 지난 후 내년 9월에 복귀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수련 지침을 바꿔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하게 길을 틀지(특례 적용)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선 수련 특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이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필 전공의들의 병역 문제도 복귀 여부에 변수다. 사직 전공의들은 원칙적으로 내년 3월에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입대해야 한다.
전공의 이탈 사태가 10개월째 이어지면서 길어지는 공백에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의사 익명 커뮤니티 내부에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를 향한 집단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내부 압력이 커지고 있다.
2일 대학병원 예비 전공의였던 일반의 A씨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동료 의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복지부는 2일 저녁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인도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돼 있지만 신속한 수사 착수를 위해 복지부 차원의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자 경제적 이유로 지난달부터 일반의로 일하자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의사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 A씨의 출신 학교와 소속, 이름 등을 밝힌 뒤 비난을 가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이 같은 집단 괴롭힘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앞으로 감귤 사냥을 더 잘해야 한다. 배신자로 낙인찍고 비인간적으로 매장해야 다 같이 사는 길이다”란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A씨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이송했다. 이러한 명예훼손을 방조한 혐의로 메디스태프 대표 등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