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년간 국고 6000억 쏟았는데…사립대 10여곳 경영위기

 경영위기 진단을 받은 한 사립대학 강의실에 낡은 컴퓨터가 놓여 있다. 중앙포토

경영위기 진단을 받은 한 사립대학 강의실에 낡은 컴퓨터가 놓여 있다. 중앙포토

 
교직원 임금 체불, 운영 손실 등으로 올해 교육당국에서 ‘경영위기’ 평가를 받은 사립대가 전국에 10여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학에 최근 10년 간 투입된 국가 재정은 약 6000억원이다.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경영위기 대학 명단을 공개하고 폐교나 구조조정 권고 등 후속 계획을 발표한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사학재단은 올초부터 진행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사업(재정진단) 결과 약 10개교를 경영위기대학으로 진단했다. 사립대학 재정진단은 올해 처음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다. 학생 충원율, 적립금·이월금·체불임금 등을 기준으로 재정건전대학과 경영위기대학을 분류한 후 위기대학에는 교육당국이 컨설팅 등을 통해 폐교, 구조조정, 재정구조 개편 등을 권고하게 된다. 사학재단 측은 “학교 수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전문대 1000억 투입에도 경영위기   

3일 '고등교육 재정지원 전략과 사립대학 구조개선' 토론회 자료집사립대학 재정진단 구조도.

3일 '고등교육 재정지원 전략과 사립대학 구조개선' 토론회 자료집사립대학 재정진단 구조도.

 
대학정보공시, 각 대학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경영위기 대학의 결산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이들 대학에 지급된 국가장학금, 재정지원금 등 국가 보조금이 총 6000억원에 달했다. 올해와 미제출된 결산서까지 포함하면 재정 지원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학의 경우 10년 간 1000억원이 넘는 국가 보조금이 투입됐다. 대학 사정을 잘 아는 교육계 관계자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갔는데도 부실 위기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한 셈”이라며 “최근 국회에서 몇백억 예산안을 놓고도 싸우는데, 이런 재정은 소리 소문도 없이 투입되고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영위기 대학 중 하나인 경북의 한 사립대는 현재 교직원들이 대학을 파산시켜달라고 요청해 관련 재판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년 째 못 받은 교직원 82명의 임금이 74억원에 달한다. 대학이 파산해서 재산을 처분하면 체불 임금을 갚을 수 있다는 게 교직원들 주장이다. 


학교 측은 학교 부지 일부를 한국수력원자력에 매도해 이를 갚을 수 있다고 했지만, 한수원 측은 “감정평가 결과가 매도 희망 가격과 차이가 크다”며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40년, 고3 인구<서울권 대학 입학정원

올해 2월 자진 폐교한 강원도 태백 강원관광대. 중앙포토

올해 2월 자진 폐교한 강원도 태백 강원관광대. 중앙포토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된 미래’인 만큼 위기대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3일 국회에서 열린 ‘고등교육 재정지원 전략과 사립대학 구조개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병주 영남대 교수에 따르면 2040년 만 18세(고등학교 3학년) 인구는 26만1428명으로 추정된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는 “올해 서울권 일반·전문대 입학정원(약 29만명)이 유지될 경우, 고3 학생 수만 산술적으로만 놓고 보면 비서울권 대학은 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실·경영위기대학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수 경기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기대학 지정 후속 조치인 구조조정, 폐교 등을 강제할 수 있도록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권고에 그치는 사립대학 재정진단 사업의 처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국회에는 5건의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계류 중이다. 사립대학 구조개선 심의위원회를 두고 구조 개선 전담 기관을 두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폐교 시 잔여 재산 귀속 주체에 다른학교 법인을 포함하는지와 해산장려금 지급 여부·범위 등을 놓고 여야 의견이 갈린다.  

다만 폐교만이 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순엽 전북 남원시 기획실장은 “2018년 서남대가 폐교한 후 연간 최대 344억원의 지역 소득이 줄었다”며 “지역 상가 40개 중 35개소가 폐업하고, 원룸 58개소 중 30개소가 완전 폐업하며 지역이 슬럼화됐다”고 했다. 지역 대학 소멸이 지역 경제 공동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