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고문에 한미 FTA 협상전략 짠 ‘매파’ 피터 나바로

피터 나바로 전 미국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 국장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전 미국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 국장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4일(현지시간) 집권 1기 때 경제 참모이자 대중(對中) 무역전쟁의 핵심 설계자였던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 국장을 무역ㆍ제조업 선임고문으로 지명했다. 나바로 지명자는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를 문제 삼으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전략을 짜고 자동차ㆍ철강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한 인물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의 무역통상 환경에 고강도 압박을 다시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집권 1기 당시 ‘미국산 구매 및 미국인 고용’이라는 제 두 가지 원칙 실행에 있어 피터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며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KORUS) 등 불공정한 무역협정 재협상에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중 무역전쟁 지휘한 강경 매파’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나바로는 강경한 매파 성향의 ‘관세 신봉자’로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무역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해외 공급망의 미국 귀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을 주장해 왔다. 2018년 폭스 인터뷰에서 중국을 두고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경제를 키우는 기생충”이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런 나바로를 두고 “트럼프의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특히 나바로가 2011년 공동 저자로 참여해 중국의 환율 조작 및 수출 보조금을 비롯한 불공정 무역 관행과 첨단기술 탈취 등 중국의 위협을 다룬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을 트럼프 당선인이 좋아했다고 한다. 이는 2016년 나바로가 트럼프 대선 캠프의 경제고문으로 영입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20년 4월 20일(현지시간) 당시 피터 나바로(왼쪽) 미국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4월 20일(현지시간) 당시 피터 나바로(왼쪽) 미국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의회 출석 거부해 4개월 수감 뒤 풀려나

나바로는 최근 의회모독 혐의로 4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연방 하원 1ㆍ6의사당난입사태 특위의 출석 및 서류 제출 요구를 거부한 혐의다. 나바로는 지난 7월 석방되자마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트럼프 지지 연설을 했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나바로를 재기용하기로 한 것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와의 잠재적 충돌을 예고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관세를 활용한 무역정책 주도권을 놓고 나바로와 러트닉이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이날 미 육군장관에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선임고문인 대니얼 드리스콜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대니얼은 미국 우선주의 의제와 미군을 위해 두려움 없고 거침없이 싸우는 전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증권거래위원장에 ‘친가상화폐’ 앳킨스

2017년 4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아이젠하워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최고경영자(CEO) 토론에 참석한 폴 앳킨스 파토맥 글로벌 파트너스 CEO.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4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아이젠하워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최고경영자(CEO) 토론에 참석한 폴 앳킨스 파토맥 글로벌 파트너스 CEO.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또 증권거래위원장(SEC) 위원장에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폴은 상식적인 규제를 위한 검증된 리더”라며 “그는 강력하고 혁신적인 자본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디지털 자산 및 기타 혁신이 어느 때보다 위대한 미국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2~2008년 SEC 위원을 지냈고 2017년부터 디지털상공회의소의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의장으로 활동 중인 앳킨스 지명자는 ‘친(親)가상화폐’ 인사로 분류된다. 앳킨스가 설립한 컨설팅 회사 파토맥글로벌 파트너스는 금융회사 규제 등과 관련한 자문을 해 왔으며 특히 가상화폐 및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자문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간 가상화폐 등 업계에 대해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 온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과는 달리 앳킨스가 취임하면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 “미국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미 항공우주국(NASA) 수장에 첫 우주 유영을 한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을 지명하고, 인질문제 담당 특사로 애덤 볼러 전 국제개발금융공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볼러는 트럼프 1기 당시 아브라함 협정(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협정)에 수석 협상가로 참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