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란 걸 언제 알았나
비상계엄 선포 직후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전화가 왔다. ‘2개 대대를 여의도로 보내! 여단장이 직접 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국회에 뭐 있나’라고 물었는데 ‘지금 비상계엄 선포됐잖아!’라고 말씀하신 뒤 끊었다.
국회 출동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
처음엔 테러가 발생했나 생각했다. 정보 계통에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사령관이 출동 지시를 하면서 ‘실탄을 개인별로 나눠주지 말라’고 한 게 생각이 났다. 테러라면 탄 지급을 해 초기 진압작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시를 듣고 테러 상황이 아닐 수도 있겠다 짐작했다.
실탄 소지 지침 때문에 의아하다고 판단한 건가
그렇다. 사령관이 정확히는 ‘실탄은 지역대장(소령)이 통합휴대하고, 개인은 공포탄·테이저건을 휴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저는 대대장들에게 실탄과 공포탄도 들지 말고 병력만 보내라고 지시했다. 탄은 탄약고·차량에 놔두라고 했다. 총구도 앞으로 향하지 않도록 했다.
“테러라면 군인 빨리 들어가라 할 텐데 막고 있었다”
민간인과 대치하는 작전이란 걸 그때 확실히 인지했나
그렇다. 그 사이 사령관에게 전화가 왔다. 사령관이 전화가 와서 ‘상부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예정이니 못하도록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고 안되면 전기라도 끊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달했다. 깜짝 놀랐다.
어떤 조치를 취했나
차량 동승자에게도 같이 인지를 시키려고 복창을 했다. ‘상부에서 지금 국회의원들을 의결 못하게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고 지시하셨단 말씀이냐’고 되물었다. 사령관이 ‘아 그런데…’하며 말을 흐리던 차에 전화기가 꺼졌다.
당시 무슨 생각이 들었나
사령관 목소리가 반대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대대장에게 ‘상부에서 문 부시고 빼내라는 것 들었지? 그런데 접촉하지 마라. 병력들을 일단 뒤로 빼라’고 했다. 후속한 2대대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2대대는 차에 태웠다. 당시 국회 경내에는 210여명(건물 내부 40여명, 건물밖 170여명)의 1공수여단 병력이 있었다. 대치 병력도 철수 지시를 했는데, 얼마뒤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됐다. 사령부에서 철수 지시가 내려왔다.
장병들의 불안감은 어떻게 수습했나
장병들을 오늘(6일) 강당에 다 집합시켰다. 거기서 ‘나도 상부 지시를 받았지만, 너희들은 내 명령을 받아서 갔다. 너희들이 만약 책임을 지면 난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좋지 않은) 의도로 간 게 아니라는 걸 확신 시키려고 애썼다. ‘모르는 상태에서 이용 당한 것이니 자책할 필요 없다. 북한에 대비해 열심히 훈련하고 또 훈련하자’고 마무리했다.
장병들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현장 지휘관으로서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에 대해선 모두 제게 책임이 있다. 감수할 준비도 돼있다. 국민들도 장병들을 많이 위로·격려해달라. 비난 말고 끌어안아 달라. 장병들이 당시 맞고 발길질에 차이는 상황에서도 지휘관들도 참으라고 했고, 장병들도 성숙한 의식으로 참았다. 장병들의 성숙한 의식도 유혈사태가 없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