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퇴장으로 투표 불성립 폐기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질서있는 퇴진'에 방점을 둔 여당과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밀어붙이는 야당간의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라는 최대 악재가 더 길어지는 결과가 발생한 셈이다.
당장 내년 경제 성장은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1.7%로 제시했다. 지난 9월 당시 2.2%보다 0.5%포인트나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지난달 말 기준 1.8%에 그쳤다. 평균치가 한 달 사이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씨티은행은 내년 전망치를 1.6%까지 내렸다. 앞서 한국은행도 내년 전망치로 1.9%, 내후년은 1.8%를 제시했다. 경제 기초체력 격인 잠재성장률보다도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비관적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망은 국내 내수 부진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망 하향 조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잠재성장률 자체가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스스로 불러온 경제 하방 위험은 아직 반영되지도 않았다.
국민이 느끼는 민생 경제는 벌써 혹한기를 맞이했다. 올해 내내 3~5%대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였던 국내 카드 승인액은 지난 10월 들어 1.2%에 그쳤다.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10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감소 중이다. 향후 전망이 불분명하면 소비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 결정에도 불안감이 여전하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도 세우지 못했거나(56.6%), 투자 계획이 없었다(11.4%). 건설 부문 투자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번 탄핵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파업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산업 및 소비에 짐을 지울 불확실성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길어진다면 경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전략자문회사 지오폴리티컬비즈니스의 설립자 아비슈르 프라카쉬는 “한국의 정치 위기가 계속된다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협상을 포함해 국내외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온갖 장애물과 마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금융 컨설팅회사 TS롬바드의 로리 그린 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지위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정치적 문제가 빠르게 해결된다면 긴급 예산(추가경정예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 재정 지출이 확대되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조치가 있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흐름을 방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 연구원은 또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더라도 차기 대선이 내년 4월 이후에 치러진다면 연간 경제성장률은 급격하게 낮아지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는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예측 가능성’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정치‧경제 모두 예측 가능성은 부족하고 두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가계와 기업은 예측 가능성이 낮으면 소비‧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되는데, 그럼 내수는 매우 빠르게 위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판단된다면 외국도 한국과 함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