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자라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4일 KAI를 방문해 한국형 기동헬기(KUH) 시험 비행과 생산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지난 3일 양국 간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KAI에 방문하기로 한 일정이라 의미가 컸지만, 3일 밤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로 무산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지난 5~7일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업들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됐다. 특히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지난해 5월 한덕수 국무총리의 유럽순방 당시 “한국과 방위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 좋겠다”고 밝혔던 만큼, 국내 방산기업들의 기대가 높았던 상황이다.
이번 방한 기업인 중엔 스웨덴 방산업체 SAAB(사브) 등의 지분을 소유한 인베스터AB의 야곱 발렌베리 회장도 있었다. 발렌베리 회장은 지난 5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스웨덴 전략산업 서밋’에 참석했지만, 총리의 방한 취소에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6일 귀국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인과 별도로 접촉하는 등 실질적 협력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스웨덴 총리와 인베스터AB 회장 등의 방한을 계기로 협력 확대를 기대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까지 해외 군 관계자들이 앞다퉈 함정 건조 현장을 찾았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당분간 해외 군 관계자들이 방문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임박한 계약이나 납품계획이 없더라도, 계엄·탄핵 사태 뒤 현지업체들로부터 ‘차질이 없느냐’ ‘문제가 없느냐’ 등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간 거래로 이뤄지는 방산 수출 위축 우려
때문에 이를 복합적으로 조율하고 정리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기 수입국은 통상 수출국의 기술에 더해 안정성, 대외신인도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주요 방산 대국에서 대통령이 직접 ‘방산 세일즈’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엄 선포 사태로 해외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훼손된 만큼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수주 큰 장에서 한국만 외톨이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도 한국 조선업체들이 기대하는 대규모 수주 기회다. 캐나다 국방부는 현대식 잠수함 12척 획득 사업을 진행 중인데, 방산업계는 이 사업의 규모를 약 60조원으로 추정한다. 체코에서 한국이 수주한 원전 사업(24조 원)의 2.5배 규모에 달한다.
캐나다가 구체적 사양을 밝히진 않았다. 북극해를 덮고 있는 빙하 아래에서 작전할 수 있고, 얼음을 깨고 긴급 부상할 수 있는 배수량 3000톤(t) 이상 잠수함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최신형 잠수함인 장보고-Ⅲ가 이에 해당한다. 3000t급 잠수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첨단 사양으로 캐나다의 눈높이에 맞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선 최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수출 원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께 입찰할 경우 개별 입찰 때보다 수주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양사가 공동 입찰할 경우 생산 도크를 분산할 수 있어 경쟁국인 유럽 조선업체 대비 납기일을 빠르게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채우석 방위산업학회 회장은 “당장 계엄 선언 여파로 일부 일정 지연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부가 방산 수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놓지 말고 중심을 잘 잡아 한국 기업들이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의 수주 잔액은 8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방산 부문 수주 잔고는 29조9418억원을 기록했고, 이어 KAI 22조4000억원, LIG넥스원 18조3904억원, 한화시스템 7조9236억원, 현대로템 4조4755억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