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조사서 “계엄 건의·지휘” 인정…경찰도 움직여
결국 김 전장관은 새벽 1시쯤에야 1시30분 조사를 받고자 한다고 답했고, 자차가 아닌 검찰의 스타리아 공용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왔다. 같은 시각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도 속속 특수본으로 모였다.
오전 7시 55분 긴급체포되기 전까지 김 전 장관은 6시간여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으며, 포고령에 따라 계엄군의 국회 진입 등 작전도 지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하거나 휴대전화를 교체한 의혹이 있다는 점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김 전 장관을 곧바로 긴급체포했다.
비슷한 시각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중인 경찰도 움직였다. 9시 58분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관련 고발사건 전담수사팀은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장관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경찰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에 대한 통신내역 압수수색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했다고 한다. 경찰은 1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상태다.
10일 상설특검 표결…촉박한 특수본 타임라인
향후 검찰은 ▶계엄 선포하는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 ▶계엄 선포 이후 국회 점령 시도 등 군·경 움직임의 불법 행위 등 양 갈래로 수사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장관이 계엄 발령 전 대통령 건의와 계엄군 지휘를 모두 인정한 만큼 어느 갈래든 핵심 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영장 청구 전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했다는 건의가 목적인지, 구체적으로 계엄군에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이 추가로 조사돼야 한다.
이에 검찰은 오전 긴급체포해 동부구치소로 이송한 김 전 장관을 오후 5시부터 다시 불러 조사중이다. 영장청구 시한은 10일 오전까지지만 검찰은 내일(9일) 저녁 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계엄군 출동으로 국회가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에 CCTV자료도 요청했다.
검찰 특수본의 수사 속도는 빨라졌지만 수사 대상과 검증할 의혹의 범위는 넓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상황을 알기 위해선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조사해야 하고, 계엄 선포 이후 상황과 관련해선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1·3·9 공수여단장 등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지휘관들과 지시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
국회 긴급 현안질의 등에선 ▶계엄 저지 표결을 막기 위한 의원 체포 지시가 내려갔고 ▶정치인 수감을 위한 방첩사 등 벙커시설 확인 절차가 이뤄졌으며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선관위 장악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일선 지휘관들에게 직접 전화 지시를 한 증언도 나온 만큼 검찰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군검찰과 함께 60여명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렸지만 타임라인은 촉박하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제출한 윤 대통령에 대한 상설특검안을 10일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는 예정이다. 상설특검안이 통과하면 곧바로 특검후보추천 절차가 개시되고, 윤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 2명 중 특검을 임명하면 특수본은 수사기록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민주당은 상설특검과 별도로 내란죄 일반 특검법안 추진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반 특검법안의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등 시간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
野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 없어…특검 신속 출범”
야당은 검찰의 속도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며 “탄핵정국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정치적 계산과 내란수괴 윤 (대통령을) 봐주려는 시도 등은 용서하지 않겠다. 특검을 최대한 신속하게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한 데 대해 “특별수사본부 박세현 본부장이 한 대표의 현대고·서울대 법대 후배”라며 “내란죄는 검찰의 업무 범위에도 들어가지 않는데 검찰이 편법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