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대응하자'...탄핵 정국에 전략회의 열고 머리 맞대는 기업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 침체, 글로벌 불확실성에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개최할 내년 사업계획 점검 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연말 인사를 마무리한 기업들은 새 경영진들과 함께 모여 차기 년도 대응 회의에 나선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으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기업은 점검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임원들이 참석해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 해외에 파견된 임직원들이 이날 회의를 위해서 귀국하는 등 전 세계에 파견된 삼성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중요한 자리다.

회의는 한종희 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이 각각 부문별로 주재한다. DX부문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며, DS 부문은 하루 일정으로 소화한다. DX 부문은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 S25’ 언팩 행사와 관련해 신제품 판매 극대화 전략과 더불어 각 지역별 대응 전략 등에 관해 논의할 전망이다. DS부문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새 미주총괄(DSA)로 선임된 조상연 부사장 등이 참석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현지 반도체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LG그룹도 이달 중순께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사장단협의회를 열고 미래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 기반 구축 방안을 모색한다. LG그룹은 통상 분기에 1번씩 사장단 협의회를 갖는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본부장급 사장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후 경영진 전열을 재정비 한 후로는 처음 모이는 자리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넘어 최고, 최초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LG의 미래에 기록될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내년 1월에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주력업종인 화학, 유통 등의 부진 타개와 성장 방안 모색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내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어 글로벌을 비롯한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들은 정치 혼란에 따른 기업 영향을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경제 점검과 기업 지원에 집중한다’는 방침에 따라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경제협력 세미나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예정대로 오는 11일 워싱턴DC에서 한미재계회의를 개최하지만, 무협과 함께하기로 했던 아웃리치 활동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화 될까 우려”
재계는 정치적 혼란의 장기화를 가장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환율 급등으로 철강, 정유 등 수입 원자재 비중 높은 업종들이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 일부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효과 역시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달러 강세가 되면 다른 나라들 화폐가치도 다 같이 절하되기 때문에, 환율이 수출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줄어든 편”이라며 “기업들이 선물환 계약 등 시차를 활용한 대응방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 직접 투자한 기업은 환율 상승으로 투자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보유 달러가 적은 중소협력 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고환율 등에 대응해 ‘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나서고 있다”라며 “불확실성 길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바이어, 파트너사들 상대로 ‘정치와 무관하게 경제와 영업활동은 안정적’이란 메시지 계속 전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