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시장 불안 차단 총력전…금융지주 회장들 모은다

비상계엄 이후 추진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가 불발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 차단과 업권별 준비 태세 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긴급 점검회의를 검토하고 있다. 업권별로 나눠 릴레이 간담회에도 나선다.

지난 10월 서울 시내 설치된 4대 은행 ATM 기기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월 서울 시내 설치된 4대 은행 ATM 기기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권 리스크 선제 점검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장이 모두 참석하는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이번 주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등 비상계엄 이후 시장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지주와의 간담회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별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선제적인 위험 관리를 주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중소기업, 서민‧취약계층 등 유동성 둔화 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차질 없는 자금 공급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업권별 간담회도 개최

금융감독원도 이번 주 업권별 간담회를 이어간다. 금감원은 지난 5일과 6일 각각 증권사 CEO 간담회와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를 열었다. 9일엔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간담회, 10일엔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한다. 업권별로 유동성, 환율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요인에 대비한 대응계획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달 중순엔 부동산 전문가‧건설업계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시장 자금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존 예정된 간담회에 추가로 일정을 잡아 시장이 안정감 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금융주의 주가 하락도 논의 대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부터 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금융지주의 순매도액은 총 4806억원에 달한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금융 불안 우려와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 저하가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금융권과 논의하면서 밸류업 지속 의지도 표명할 전망이다.

금융권은 원화 약세(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떨어지면 외화 위험가중자산의 원화환산액이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경우 원화값이 10원 떨어지면 자기자본비율이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다 탄핵 정국 이후 원화값이 하락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142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