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한국GM·부품업계 등은 노조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산발적으로 벌인 부분파업이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속노조는 11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금속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 부결에 따른 세부 투쟁 계획을 오는 10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노조의 요구가 근로조건 향상 등 기본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노동위원회 조정이나 조합원 투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불법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의 불법 여부와는 상관없이, 파업이 확산한다면 생산 차질과 노사 관계 악화 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GM은 올해 임단협 장기화로 약 4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기도 했다.
美시장 비상…‘팀 코리아’ 협상력 약화 우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시장 강화를 위해 북미권역본부장을 맡아온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싱크탱크를 지휘하는 자리(사장)에 각각 내정했다. 또 미국 동·서부로 나뉘어 있던 판매사업 총괄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미국법인의 전국 판매 수장으로 마이클 오렌지 부사장을 내정했다. 현대차 측은 “미국 판매 조직을 간소화하면 현대차의 미래 성장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내주 해외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미국 등 권역별 글로벌 사업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상·하반기에 각각 미주·유럽·인도 등의 경영진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여는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호세 무뇨스 COO 등 핵심 경영진이 참석한다. 이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변화 관련 대응책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 전략과 환율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점검할 전망이다. 내년엔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조성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완공도 예정돼있다.
고환율에 철강·항공 울고, 차·조선·해운 눈치
항공기 상당수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항공사는 임차료 등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출하고, 운항에 사용되는 연료비도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고환율로 인한 경영 악영향도 우려된다.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조선·해운업계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원·달러 환율 10원 높아질 때,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000억원 오른다고 추산했다. 조선·해운업계는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오히려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신인도 하락이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눈치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기업의 상태가 바뀐 것이 아니므로 대외적으로는 ‘기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 진행해왔던 비즈니스를 계획에 따라 꾸준히 추진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외인투자가 위축되거나 투자가 지연될 우려가 큰데, 기업들이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을 선제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