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자에게 한국 증시의 가격적인 매력이 부각되는 시점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정치발 악재가 더욱 우려스러운 건 최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좋지 않아서다. 내수 위축은 물론, 범용(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 등 수출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8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경제 상황은 과거 탄핵 국면과는 다르다”며 “2016년 탄핵 때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국면이지만 현재는 경기가 고점에서 하락하고 있는 데다 내수 시장 역시 구조적인 충격이 쌓여 견디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한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7월 이후 실망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온 한국 주식에 정치 리스크가 추가됐다”며 “내년 한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그 시기도 앞당겨야 한다”는 투자 의견을 냈다. 모건스탠리도 “대통령 교체 가능성, 불확실한 정책 등이 시장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고 내수·투자 활동이 위축될 위험도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매도)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가 더 하락하더라도 ‘저가 매수’를 노린 신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 주식이 저평가 영역인 것은 맞지만, 저평가가 곧 주가 바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외적 환경이 나쁘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목대균 대표는 “이미 주가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한 만큼 기존 투자자라면 손절하기보다는 은행, 헬스케어 등 방어적인 주식을 눈여겨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더라도 당분간 한국 증시의 상승 동력이 부족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치권의 변화가 한국 증시의 판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증시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리서치센터장도 “대통령과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 대한 반대도 많은 상황”이라며 “탄핵안이 가결되거나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해도 정치적 갈등과 불안이 여전해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